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배우자 없이 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배우자 없이 살기

입력
2012.03.22 12:03
0 0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2008년)는 연애와 결혼에 관한 도발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은 매우 매력적이고 지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통념에 전혀 얽매이지 않고 비독점적 다자연애를 뜻하는 일종의 폴리아모리(polyamory)를 지향한다. 반면 남주인공에게는 그 여자가 '인생에 단 하나뿐인 여자'다. 그래서 결혼을 통해 여자를 독점하려 하지만 결국 아내가 된 여자가 다른 남자와 이중으로 결혼하는 복혼(複婚) 상황에 이른다는 얘기다.

■ 남녀가 사랑하고 번식하는 건 본성이라고 해도 결혼제도는 사회문화적 여건에 따라 다르다. 원시 모계사회를 거쳐 결혼제도가 정착한 건 재산의 다툼 없는 상속을 위한 것이라지만, 그 양태는 일부일처제부터 복혼제도까지 다양하다. 히말라야 지역의 인도 록파족은 남자들의 오랜 고원 방목을 감안해 여러 남자들이 돌아가면서 여자와 자녀를 돌보는 일처다부제가 있다고 한다. 반면 이슬람권에선 지금도 일부다처제가 살아 있다.

■ 일부 연구자들은 일부일처제, 곧 모노가미(monogamy)가 보편적이 된 건 양육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독립 생존이 가능한 수준까지의 성장기간이 워낙 길기 때문에 부모가 힘을 합쳐 안정적인 양육을 장기간 제공할 수 있는 모노가미 가정이 거의 생물학적으로 필요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근년 들어 여성의 독립적 경제생활과 보육ㆍ의료서비스의 발전에 따라 전통적 결혼 및 가족제도는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 그제 통계청에 따르면 1995년 이래 지난 15년간 배우자가 있는 15세 이상 성인의 비율(유배우율)은 77.6%에서 66.6%로, 무려 11% 포인트나 급감했다. 여기서 20세 이하를 뺀다면 성인 10명당 4명이 배우자 없이 산다는 얘기다. 유배우율은 1975년 84.4%에서 5년마다 2% 포인트 내외씩 떨어지다가 2000년 이후엔 5% 포인트씩 무섭게 떨어졌다. 청ㆍ장년의 미혼, 장년의 이혼, 노년의 사별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배우자 없이 사는 사람이 급증한 만큼, 연애와 결혼 세태도 급변하는 중일 것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