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 권력과 아시아 최고의 부자가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중국의 차기 지도자가 될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과 재산이 무려 255억달러(28조8,600억원)에 달하는 세계 9대 갑부 리자청(李嘉誠ㆍ홍콩명 리카싱) 청콩실업 회장이 25일 실시되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각기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서 회자되는 말이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리 회장이 시 부주석의 요청에도 불구, 행정장관 선거에서 헨리 탕잉옌(唐英年) 전 홍콩 정무사장(司長·정무 총괄 최고위 행정직)을 계속 지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각계 인사 1,200명으로 구성되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위원회의 한 위원이 "시 부주석과 리 회장이 16일 베이징에서 1대1 만남을 가졌고, 시 부주석이 이 자리에서 리 회장에게 탕 전 정무사장 대신 렁춘잉(梁振英) 전 행정회의 의장을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렇게 전했다.
홍콩은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에도 자치권을 가진 특별행정구역으로 관리된다.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의 최고 통치권자다. 중국은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위원회를 친중 인사들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중앙정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당초 탕 전 정무사장과 렁 전 의장을 저울질 하다 최근 탕 전 정무사장이 혼외정사 스캔들에 이어 대저택과 수영장 불법 개축 등의 부패 이미지로 지지도가 추락하자 렁 전 의장을 최종 낙점했다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리 회장이 중국 중앙정부의 의중과 달리 탕 전 정무사장을 계속 지지하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선거 결과에 따라 중앙정부가 체면을 구길 수도 있다. 홍콩 기업인들 사이에선 렁 전 의장이 중앙정부의 입김에 약한 데다 반기업 성향도 갖고 있어 지지세가 많지 않다. 렁 전 의장이 선출되면 리 회장이 홍콩에서 투자를 걷어들이고 그러면 홍콩 경제가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렁 전 의장이 21일 선거위원회의 모든 위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선출되더라도 다른 후보 지지자를 포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특히 홍콩은 시 부주석의 관할지역이어서 선거에서 패할 경우 시 부주석에 정치적 흠집이 될 수 있다. 최근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해임으로 그렇지 않아도 곤혹스런 시 부주석에게 또 하나의 악재인 셈이다. 최근 홍콩 주민 5,000여명이 2017년으로 예정된 행정장관 직선제를 앞당길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도 그에게는 부담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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