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의 패션 트렌드? 겨울 지나 봄 되면 늘 있던 일 아냐? 이렇게 시큰둥했다가도 명동, 강남역 등 서울 번화가에 나가 보면 마음이 또 달라진다. 무채색 위주의 겨울 외투를 벗고 봄을 맞이할 때면 늘 화사한 봄옷에 눈을 돌리게 되지만 올해 각 의류 브랜드의 원색 사랑이 유난스럽다. 뉴욕, 파리 등 주요 컬렉션에 등장한 유명 브랜드는 물론 유니클로, H&M, 에잇세컨즈 등 SPA(제조ㆍ유통일괄형 의류) 브랜드들이 가히 총천연색이다.
무채색 베이스에 컬러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주는 정도는 원색 패션 도전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색상의 변주가 화려하다. '전체 의상에 쓰는 색깔이 3가지 이상은 넘지 않아야 한다'는 패션계의 불문율도 깨졌다.
올 봄 시즌에 5가지 종류 이상의 컬러 팬츠를 내놓은 유니클로는 '컬러풀 인생'을 광고 카피로 내걸었다. 지난달 론칭하자마자 큰 화제가 된 제일모직의 에잇 세컨즈도 색상으로 승부를 건다. H&M은 과감하게도 겉옷은 물론 속옷까지 핑크, 옐로 등 화려한 색상을 선보였다.
하지만 골라 입는 사람 처지에서는 난감한 것도 사실이다. 유행 따른다고 이 색 저 색 섞어 입는다고 다 화사해 보일 리도 만무하다. 어떤 색상끼리 조합해야 촌티 나지 않는 컬러의 고수가 될 수 있을까.
좀처럼 컬러 의상에 도전해 보지 않은 경우라면, 또는 무채색 계열 의상이 많다면 우선 한 가지 색상을 강조한 옷차림으로 스타일 변신을 시도해 보는 게 좋다. 노랑, 빨강 등은 기본적으로 시선을 끄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별도의 액세서리 없이 장식 역할을 한다. 아이템을 잘 고르면 신체의 단점을 보완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예컨대 키가 작은 사람이 오렌지, 그린 등 튀는 색상의 상의를 입거나 강렬한 무늬의 스카프와 선글라스 등으로 시선을 위쪽으로 집중시키면 늘씬해 보일 수 있다.
티셔츠나 니트 카디건 등 겹쳐 입기에 편리한 기본 아이템 한 가지를 원색 제품으로 선택하면 깔끔하면서도 산뜻한 옷차림이 된다. 직장 여성이라면 무늬가 없이 절제된 기본 H라인 디자인 원피스에 짙은 파랑 등 원색 가방을 함께 드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이도 저도 자신이 없다면 소품 한 가지에 신경을 써서 포인트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흰 셔츠와 군더더기 없는 청바지를 입는 기본 스타일에 강렬한 원색의 하이힐을 신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차림에 테두리 색상이 화려한 패션 선글라스를 포켓에 꽂아 보는 것도 새로운 스타일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두 가지 이상의 색상 조합은 한 가지 색상만 강조하는 경우보다 난이도가 높다. 자칫 촌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손쉬운 것은 보색 대비 활용이다. 보색을 나란히 놓으면 서로 더 뚜렷하게 보이는 대비 효과가 나타난다. 빨강과 청록, 주황과 파랑, 노랑과 보라의 조합의 대표적인 예다. 다만 지나치게 강렬한 인상을 풍기지 않도록 색상의 선명한 정도, 즉 채도에 신경 써서 아이템을 선택하는 게 좋다. 또 빨강과 주황, 빨강과 보라, 주황과 노랑 등 색상환 배열에서 서로 이웃한 유사색을 같이 입으면 고급스러우면서도 경쾌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시쳇말로 '깔맞춤'이라고 하는 색깔 조합의 기본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면 세 가지 색상 이상 사용한 스타일 연출이나 원색과 화려한 무늬 원단 조합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유색 원단과 다채로운 프린트 아이템의 조합은 올 봄ㆍ여름 시즌 가장 주목해야 할 패션 트렌드 중 하나다.
컬러와 무늬에 동시 도전할 때는 어느 정도 절제가 필요하다. 자연스럽고 세련돼 보이려면 액세서리 사용을 자제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 요소가 많이 들어 있는 의상은 피하는 게 좋다. 프린트가 들어간 의상과 다른 아이템의 색상은 같은 계열로 맞추는 게 잘 어울린다.
여성스러운 느낌을 살리려면 무늬의 종류와 크기에 조심해야 한다. 우아한 느낌을 주고 싶다면 꽃무늬가 무난한 선택이며, 원피스처럼 전신에 무늬가 들어간 아이템을 입고 싶다면 무늬의 크기가 큼지막한 것을 골라야 한다. 여기에 액세서리를 꼭 하고 싶은 경우 프린트의 색상과 같은 계열의 은은한 파스텔색 제품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 튀지 않으면서 감각 있게 보이는 아이템으로 제격이다.
3색 이상을 사용한 옷차림은 두 가지 색 이상 조합의 경우처럼 채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줘야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특정 부위나 아이템에 포인트를 주면 좀 더 발랄해 보인다. 전체적으로 같은 계열의 색상으로 맞추되 일부는 무늬가 있는 제품으로 연출하거나 두 가지 이상은 유사색상으로 맞추고 한 가지 아이템만 보색 제품으로 구성하면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히면서 통통 튀는 옷차림이 된다.
하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이 같은 원칙에서 벗어난 과감한 조합을 선택해도 어색하기보다 창의적으로 비칠 수 있을 듯하다. H&M 수석 디자이너 앤 소피 요한슨은 "봄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흥미로운 계절"이라며 "이?봄 시즌엔 서로 다른 색상이나 프린트의 아이템을 새롭고 뭔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같이 입어볼 것"을 권한다. 그린 컬러 조끼와 핑크 톤의 블루종 재킷(점퍼 스타일의 짧은 상의)을 함께 입거나 큼지막한 꽃무늬가 들어 있는 원피스나 상의 위에 물방울 무늬가 있는 니트 카디건을 덧입는 식의 섞어 입기도 이번 시즌에는 어색해 보이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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