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의 구럼비.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이고 생물권보존지역이다. 그곳에 이 XX 정부가 해군기지를 짓겠다고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다"(트위터 아이디 @met***)
"트위터에는 '바위를 위한 노래'라는 시까지 등장했네요.'천만년 한자리에 붙박여 사는 바위도 소중하다'는 사람들에게 탈북자의 생명은 바위보다도 못한 것 같아요" (트위터 아이디 @pal***)
트위터 공간에서 진보ㆍ보수 성향 이용자들은 서로 소통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양 진영 이용자들 간 대화는 거의 단절돼 있었다. 대신 진보 성향 이용자는 트위터를 주로 정보공유에 활용하고, 보수 성향 이용자는 진보 진영에 시비를 거는 식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같은 특징은 22일 빅데이터(Big Data) 기반 소셜네트워크 분석 전문업체인 그루터가 3월 5일부터 11일까지 트위터에 올라온 트윗 글 가운데 '강정''구럼비''탈북' 이라는 세가지 키워드가 들어간 81만7,906건의 글을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그루터는 이 키워드와 관련된 글을 쓴 트위터 사용자 중 진보ㆍ보수 성향이 뚜렷한 사용자 3만6,316명(진보 3만1,884명, 보수 4,432명)의 글 63만2,048건을 분석했다.
그루터에 따르면 조사기간 진보ㆍ보수 성향이 뚜렷한 트위터 이용자들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 탈북자 북송 문제를 중심으로 양분돼 논쟁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진보 성향 이용자(이하 진보)들은 주로 트위터를 통해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립 반대 의견과 현장 속보를 공유한 반면 보수 성향 이용자(이하 보수)들은 해군기지 반대 의견에 시비를 걸면서 탈북자 북송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진보ㆍ보수 성향 트위터 이용자들의 대화를 분석해본 결과 진보 쪽이 보수 쪽보다 상호 대화에 인색했다. 실제 진보끼리 나눈 대화는 전체의 99.2%에 달했지만 진보가 보수에게 먼저 말을 건 경우는 0.8%에 불과했다. 보수가 쓴 전체 메시지 중 12.4%가 진보를 향했고, 보수 중 26%가 진보에게 멘션을 보냈지만 진보는 1.7%만 보수에게 멘션을 보냈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역전된다. 강정마을이나 구럼비 바위 발파와 관련해 진보는 정책 책임자들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고, 보수는 트위터에서 탈북자 북송 문제가 소외되는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진보가 주로 '구럼비는 소중하다''공사를 중단하라' 등의 메시지를 남긴 반면 보수는 '사람(탈북자)보다 바위가 더 중요하냐''탈북자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로 응수했다. 진보의 목소리를 반향 없는 울림에 그치고 있고, 보수는 진보에 말을 걸지만 대화보다 딴죽 걸기에 나서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그루터 이두행 소셜분석팀장은 "진보 성향 사용자가 가장 트윗 글을 많이 보낸 대상이 @rok_navy(해군 공식 트위터), @bluehousekorea(청와대 공식 트위터) 등으로 나타났다"며 "진보 쪽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 권한이 있는 정책 당국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는 반면 보수는 트위터 공간에서 활동 중인 유명 진보 성향 인사들에게 직접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양 측간 소통은 사실상 단절된 상태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그래픽=신동준기자 dj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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