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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써전이다] <4> 황대용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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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써전이다] <4> 황대용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장

입력
2012.03.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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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암은 4기면 보통 말기로 친다. 이미 병이 많이 진행돼 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대장암은 4기가 꼭 말기를 뜻하진 않는다. 4기라도 얼마든지 완치될 수 있다. 수술 덕분이다. 아무리 암이 진행됐어도, 심지어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에 전이됐어도 수술로 떼낼 수만 있다면 회복이 가능하다.

결국 대장암 환자의 운명은 집도의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의사의 책임이 무겁다. 수술의 효율도, 안전도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황대용(52)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장은 하이브리드 복강경 수술을 택했다. 이 방법으로 대장을 수술하는 의사는 국내에 황 센터장을 포함해 4명뿐이다.

팔뚝까지 뱃속으로

요즘 웬만한 수술은 복강경으로 많이 한다. 몸에 지름 1㎝ 안팎의 구멍 몇 개만 뚫고 기구와 카메라를 넣은 채 의사가 화면을 보며 수술하는 것이다. 제거한 조직은 기구를 통해 몸 밖으로 빼내면 된다. 배를 가르는 전통적인 개복수술에 비해 흉터도 통증도 적어 환자들이 선호한다.

"그런데 대장 수술은 복강경만으론 불가능해요. 떼내야 하는 조직이 워낙 커서 기구를 통해 배 밖으로 빼내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적어도 5, 6㎝는 열어서 대장을 배 밖으로 꺼내 병이 생긴 부분을 자른 다음 이어주고 다시 배 안으로 넣어야 합니다. 복강경은 뱃속을 들여다보는 보조기구일 뿐 주요 수술과정은 개복수술처럼 체외에서 진행되죠."

이런 이유로 복강경을 이용하는 대장 수술은 복강경 '보조'수술이라고 불린다. 복강경 보조수술은 잘라내야 할 대장암 덩어리가 클수록 골치다. 배를 6㎝보다 더 쨀 수밖에 없다. 결국 상처 크기가 개복수술이나 매한가지가 되는 셈이다.

배를 이 정도 가르면 사람 손도 들어간다. 바로 이 덕분에 대장 수술에선 하이브리드 복강경 방식이 가능하다. 집도의가 젤 같은 물질이 채워진 기구를 통해 절개 부위 안으로 손부터 팔뚝까지를 직접 집어넣고 수술하는 것이다. 복강경과 손의 합동작전이다. "일반적인 복강경 보조수술의 가장 큰 단점은 의사가 장기를 직접 만져보지 못한다는 거에요. 기계보다 훨씬 섬세한 손은 기계가 지나친 환부도 찾아낼 수 있어요. 수술 도중 혈관을 잘못 건드려 갑자기 피가 날 때도 손이 아무래도 기계보다 대처가 빠르죠."

수술시간이 복강경 보조수술보다 오히려 단축되고, 인원이 덜 필요한 것도 하이브리드 복강경 수술의 장점이다. "복강경 보조수술은 숙달된 보조가 없으면 어려워요. 집도의 옆에서 대장을 잘 보이게 이리저리 당겨줘야 하거든요. 보조가 잡았던 장을 놓치기라도 하면 수술 부위를 다시 찾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하게 돼요. 하지만 하이브리드 복강경 수술에선 보조 역할을 집도의의 손이 직접 할 수 있죠."

"너무 빨리 들어온 로봇수술"

황 소장이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복강경 수술을 시작한 건 7년쯤 전이다. 이 방법이 처음 개발된 미국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복강경과 손을 함께 쓰는 새로운 방법임에도 도입 당시 국내 의료계에선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황 소장은 그 이유를 로봇수술에서 찾는다.

"우리나라에선 로봇수술이 너무 빨리 정착했어요. 복강경 수술이 시작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너도나도 로봇수술에 매료됐죠. 지금에야 로봇수술의 안전성에 대해 어느 정도 학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국내 병원들이 수술용 로봇을 앞다퉈 들여오던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사실 그렇지 않았거든요."

기다란 막대처럼 생겨 움직임이 제한적인 복강경과 달리 로봇은 팔이 사람처럼 자유롭게 움직인다. 골반 속에 들어 있는 전립선처럼 배를 갈라도 시야를 확보하기 까다로운 경우엔 로봇수술이 제격일 수 있다. 그러나 대장암을 로봇으로 수술하는 건 아직 이르다는 게 황 센터장의 생각이다. 임상 사례가 아직 충분하지 않아서다.

"실제로 복강경과 로봇 둘 모두로 대장을 수술해본 의사들이 뚜렷한 차이를 찾지 못했어요. 게다가 미국에서 결장(대장 중 항문 바로 위인 직장과 맹장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암 수술에 복강경을 써도 좋다고 인정한 게 불과 2002년이에요. 골반 안에 들어 있는 직장암은 여전히 개복수술이 원칙이고요. 복강경 수술도 이런데 로봇수술의 효율이나 안전성은 앞으로 더 검증이 필요하겠지요."

복강경이든 로봇이든 어떤 첨단 수술기구도 외과의사의 손이나 눈만큼 믿을 만한 건 없다. 이런 이유로 유럽이나 미국에선 지금도 대장 수술에 하이브리드 복강경 방식을 많이 쓴다. 황 센터장이 이끄는 대장암센터도 결장암 환자에게 주로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맹장수술 헤매는 전공의?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이 점점 늘다 보니 후배 의사들은 갈수록 개복수술 경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황 센터장이 보기에 이 역시 문제다. "요즘 전공의들은 충수돌기(맹장) 수술도 복강경으로 잘 해요. 맹장 상태가 괜찮으면 참 쉽죠. 잘 보이고 떼기도 쉬우니까요. 그런데 염증이 있거나 곪았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장이 흐물흐물해져 갑자기 터지기라도 하면 바로 배를 열어야 해요. 이럴 때 당황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개복해서 장기를 손으로 직접 다뤄본 경험이 없으면 수술이 힘들어지죠."

결국 외과의사의 기본인 개복수술을 충분히 해봐야 복강경수술도 잘 할 수 있다는 소리다. 황 센터장에 따르면 외과의사가 다루는 수많은 병 가운데 대장암은 "가장 서전 오리엔티드(Surgeon oriented)인 병"이다.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결국은 수술을 해야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태가 심하거나 전이가 많이 됐어도 수술만 잘 되면 나을 수 있기도 하다. 집도의의 경험과 실력이 더더욱 중요한 이유다.

대장암은 최근 국내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은 암이다. 대장암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인 수가 환자 수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황 센터장은 수술이나 진료 이외의 시간에는 환자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려고 애쓰고 있다. 생면부지 환자들이 대장암사이버클리닉(www.koreacancer.com)이나 대장암센터 카페(cafe.naver.com/hopecrc)를 통해 무턱대고 수술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물어오면 그 동안 검사한 자료를 보내달라고 해서 꼼꼼히 확인한 뒤 일일이 답신해준다. 필요하면 직접 전화도 한다. "얼마나 절박하면 그러겠습니까. 의사가 아무리 바빠도 환자 돕는 게 우선이죠. 환자가 있어야 의사도 있으니까요."

■ 황 센터장과 대장암 일문일답

"섬유질, 대장건강엔 좋지만 대장암 예방효과는 의문"

Q. 결장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도 하이브리드 복강경으로 되나.

A. 가능하다. 제왕절개와 비슷한 위치를 5, 6㎝ 정도 가른 다음 그 안으로 손을 넣고, 다른 부위로는 복강경을 삽입해 결장 전체를 잘라낼 수 있다. 수술 후 상처가 배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주름의 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Q. 대장암 안 걸리려면 고기 먹지 말아야 하나.

A. 수술 후 회복과 건강을 위해 고기는 어느 정도 먹어야 한다. 다만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살코기를 비롯해 기름이 적은 부위를 골라 먹길 권한다. 예를 들어 비계가 많은 삼겹살이나 마블링 많은 구이보다는 닭가슴살이나 장조림용 고기가 좋다.

Q. 식물성기름은 몸에 좋다는데.

A. 식물성기름이라도 오래 돼 변질되거나 가열하고 튀기면 발암 성분이 생긴다. 전도 부쳐 놓았다가 데울 때마다 기름을 두르면 변질된 기름 함량이 늘게 된다. 특히 상온에서 고체이면서 식물성기름의 일종인 트랜스지방은 몸에 많이 쌓일수록 암 위험이 높아진다. 치킨이나 케이크, 도넛, 과자, 인스턴트식품에 트랜스지방이 많다.

Q. 섬유질 많은 음식이 대장암 예방하나.

A. 과거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최근엔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해외 대규모 역학조사 결과 변비가 생기지 않게 하는 등 전반적인 대장 건강에는 좋지만, 섬유질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대장암 예방 효과가 생기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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