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기우가 아니라니까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기우가 아니라니까요!

입력
2012.03.22 11:35
0 0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1인, 혹은 2인 가구라는 뉴스를 접했다. 네 주변에 너처럼 사는 사람 너 하나지? 라는 부모님의 핀잔은 이로써 틀린 얘기임이 증명되는 것이다. 내비둬요, 이렇게 살다 죽게. 그런데 아닌 말로 정말 그렇게 살다 죽게 생겼으니 이 말이라는 무시무시한 씨를 어째.

어떤 일로 저녁을 함께한 이가 내게 물었다. "저는 돌싱인데요, 혹시 외롭지 않으세요?" "글쎄요, 전 심심한 걸 도통 몰라서요." 수줍은 그와 달리 당당한 나의 대답이 좀 재수 없게 들렸나 싶어 우물쭈물 몇 마디 보탠답시고 말을 거들고 보니 이랬다. "근데 걱정은 되어요. 혼자 죽어갈 때 아무도 모를까 봐, 너무 늦게 발견될까 봐, 부패하기 시작하면 냄새 엄청 난다더라고요."

그 순간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하는 뚱한 표정의 그라니. 언젠가 욕실에서 미끄러져 벌거벗은 몸으로 바닥 위에 큰 대자로 뻗은 적이 있더랬다. 순발력을 발휘하여 뇌진탕은 피했다만 허리와 등뼈는 한마디로 작살이 났더랬다.

도무지 일으켜지지 않는 몸, 휴대폰은 멀리 있고, 혹 손에 쥐었더라도 119 대원들과 그 상태로 안녕하세요? 인사할 수는 없는 노릇…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통증보다 타일의 찬기에 아 추워, 버들버들 떨며 구부러진 등으로 침대로 직행하는 다행, 덕분에 지금껏 잘도 걷는다지만 가끔 먹통인 내 전화라면 살펴들 주시길. 더불어 이 지면이 백지라면.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