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계의 작은 눈금 하나(1mmHgㆍ밀리미터머큐리)만큼만 혈압을 줄여도 뇌졸중 위험이 5~6%가 줄어듭니다."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병희 서울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는 나트륨 줄이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혈액 속의 나트륨은 주변의 액체를 빨아들여 혈관을 압박, 고혈압의 주범으로 꼽힌다. 오병희 교수는 "저염식은 몇 달만 해도 금방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나트륨을 적게 섭취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엄청나다. 하루 소금 섭취량을 6g 줄이면 뇌졸중이 24% 감소하고, 관상동맥 심장질환은 18%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소금 속에 40%가 들어있는 나트륨은 잘 알려진 대로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을 유발할 뿐 아니라 골다공증, 위암의 원인으로도 꼽힌다.
이러한 만성 질환을 예방하게 되면 국민의 의료비 지출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4대 질환 때문에 나가는 우리 건강보험 재정은 2005년 2조5,000억원에서 2010년 4조9,00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전체 진료비의 15.1%를 차지한다.
우리 국민의 나트륨 섭취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으로 세계보건기구(WHO) 1일 권고섭취량(2,000mg)의 2.4배에 달한다. 영국(3,440mgㆍ2008년), 미국(3,436mgㆍ2006년), 일본(4,280mgㆍ2009년)에 비해 훨씬 높다. 더구나 나트륨 섭취량이 2007년 4,388mg에서 2010년 4,878mg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실시한 국가들은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 핀란드는 고나트륨 식품표시제 도입 등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23년간 나트륨 섭취를 3분의 1 가량 줄였고(1979년 4,480mg에서 2002년 3,240mg), 그로 인해 국민들의 기대수명은 평균 5년이 늘어났다. 영국도 8년간 나트륨을 10% 줄이는데 성공했다.
일본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교육 캠페인을 통해 12년간 나트륨 섭취를 21% 줄였으며, 캐나다도 정부ㆍ공공기관 내 식당 나트륨 함량 표시, 체인음식점의 나트륨 표시 의무화로 2016년까지 나트륨 섭취를 30%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캐나다는 이미 하루 나트륨 섭취가 3,400mg으로 우리나라 보다 훨씬 적지만 2016년에는 2,300mg으로 WHO 권고 수준까지 근접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40년간 업체 자율로 나트륨 저감화를 유도해 왔으나 성과가 높지 않자 정부가 직접 나서기로 하고 국가 단위의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인자 한국조리사회중앙회 부회장은 "미국은 가공식품이 발달한 국가여서 실패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연식을 선호하는 나라여서 (나트륨 줄이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습관들이기가 어렵지 습관이 들면 어렵지 않다"며 "우리 국민들은 또 흡수가 빠르지 않느냐"고 말했다.
강백원 식품의약품안전청 영양정책과장은 "업체나 음식점들도 이제 나트륨 줄이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저나트륨 치즈, 소스류, 장류 등이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각광받으면서 저나트륨식품 시장이 만들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재옥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과 오병희 교수 등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는 각계 총괄위원 20명, 분과위원 88명 등 총 100명 가량이 참여하고 있다. 외식업중앙회, 영양학회, 조리사회중앙회 등의 관련 단체들이 참여해 저나트륨 음식 개발, 저나트륨 가정식 보급, 외식업체 나트륨 함량 표시 지원 등 갖가지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오 교수는 "국민들이 외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가정식뿐 아니라 외식업체, 가공식품까지 망라한 참여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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