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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VIP 마케팅'으로 중산층 현혹하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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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VIP 마케팅'으로 중산층 현혹하는 은행들

입력
2012.03.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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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산 2,000만~1억원인 고객을 신흥부유층으로 분류해 VIP급 혜택을 선사하겠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20일 '잠재 부유층'을 공략하겠다며 이례적으로 간담회를 열고 야심차게 밝힌 내용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35%가 '신흥부유층'에 해당된다. 자신을 '부유층 VIP'로 대접 해주겠다는데 싫어할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약속한 혜택을 들여다보면 꼼수에 불과한 게 대부분이어서 '기대감'이 금세 '모멸감'으로 바뀌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씨티가 신흥부유층에 제공하겠다는 VIP서비스는 크게 ▦온라인ㆍ모바일 이체 수수료 면제 ▦해외 씨티은행 현금입출금기(ATM) 인출 수수료 면제 ▦전담 자산 상담가 이용 등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고객들이 이미 제공받고 있거나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 불과한 것이 많다. 우선 이체 수수료 면제는 타 은행의 월급통장이나 인터넷뱅킹ㆍ스마트폰뱅킹 이용 고객들에게는 이미 보편화된 혜택이다. 또 많은 은행들이 오래 전부터 주거래 고객에게 전담 직원을 배치해 예ㆍ적금 만기통보나 신상품 소개 등을 해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기존 서비스를 VIP서비스라고 포장만 바꾼, 얄팍한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어디 한국씨티뿐인가. KB국민은행도 VIP고객에게만 제공하던 자산관리 서비스 '스타 테이블'을 올 초부터 일반 고객한테까지 확대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개인의 성향, 재무상태를 분석한 뒤 그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겠다는 것인데, 이런 절차는 고객이면 누구나 펀드나 랩어카운트 등 금융상품을 가입하기 전에 당연히 받아야 하는 서비스다. 게다가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은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서비스(HTS)나 은행의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 혼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른 은행들도 "장기고객이나 우대 고객으로 선발됐으니 VIP서비스인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식의 '현혹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새로운 혜택제공을 바탕으로 신흥부유층의 주거래은행이 되겠다"(씨티), "6월15일까지 스타테이블 이용 후 상품 가입하면 경품 제공"(국민) 등의 광고는 '신흥부유층', '스타 테이블'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거의 노골적으로 중산층의 허영심을 자극한다. 지난해 서민을 상대로 무리하게 대출을 늘리고, 조달금리보다 훨씬 높은 대출금리를 받아 챙겨 금융당국으로부터 여러 차례 경고를 받았던 은행들이 올해는 중산층을 향해 미끼 마케팅을 펼치려는 듯 보인다.

강아름 경제부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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