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통해 처음 듣는 얘기고 아무런 준비도 안 됐지만, 금융위원장이 하라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모 은행 고위 관계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19, 20일 서민금융 실태조사 1박2일 투어에서 약속한 각종 서민금융 지원 방안 때문에 은행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김 위원장의 지원책이 대부분 은행들이 갹출해 자금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인데, 당국이 반 강제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19일 대전에서 대학생 학자금 전환 대출을 위해 은행권에서 500억원을 출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튿날 창원에서는 "은행권이 향후 3년 동안 5,000억원을 출연 '청년창업지원펀드'를 조성해 각각 2,500억원씩 보증 및 투자의 방식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청년창업지원펀드의 경우 올해에만 약 1,500억원이 조성된다. 이를 위해 은행권이 연내 갹출해야 할 금액은 2,000억원이다. 여기에 올해 1조5,000억원 규모로 상향 편성한 새희망홀씨 대출까지 합하면 은행권은 올해 1조7,000억원을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내놓아야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내놓은 방안은 은행과 아직 합의가 안 된 상황이지만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약속한 이상 은행들 모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생색은 김 위원장이 다 내고 은행들은 뒤에서 돈만 내라는 것 아니냐"며 "내라니 내겠지만 은행도 신규 사업 등에 투자 여력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푸념했다.
당국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도 문제지만 은행들이 사회공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경제 전문가는 "은행들은 작년 12조원 넘는 수익을 올린 만큼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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