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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20년/ '괴팍한 천재' 첫인상… 시대의 아이콘 부상 일찌감치 예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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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20년/ '괴팍한 천재' 첫인상… 시대의 아이콘 부상 일찌감치 예견

입력
2012.03.2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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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 특유의 괴팍함이랄까…" 송창의 CJ E&M 방송사업부문 프로그램개발센터장은 20년 전 서태지의 첫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당시 MBC PD였던 그는 무명이던 서태지와 아이들을 연예정보 프로그램 '특종 TV연예' 첫 방송(1992년 4월 11일)에 출연시켰다. 신인 소개 코너에 첫 출연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난 알아요'로 작곡가 하광훈, 작사가 양인자, 방송인 이상벽, 가수 전영록으로부터 평균 7.8점을 받았다. "첫 방송이라 일부러 조금 짜게 주고 시작했어요.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하고 나왔는데 좀 실망스러웠는지 서태지 얼굴이 밝지 않더군요. 그래도 전 그 친구들 음악이 좋아서 계속 출연시켰죠."

송 센터장이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특종 TV연예'를 기획하면서 타이틀 음악을 찾던 때였다. "매니저가 놓고 간 1집 카세트 테이프를 무심코 들었는데 귀에 팍 들어왔어요. 스무 살짜리 신인 가수가 작곡했다는 말에 깜짝 놀랐죠." '특종 TV연예' 출연 후 한 달 만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반은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됐다.

서태지가 은인으로 생각하는 '선생님'이지만 송 센터장은 사적으로 서태지와 친분이 깊지는 않았다고 했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서태지의 성격 탓이 컸다. 그는 "서태지의 신비주의도 마케팅 전략이기보다 본래 캐릭터일 것"이라고 했다. 평소 자기 일에 대해선 철두철미하고 고집이 세며 방어도 심한 성격이 특유의 활동 방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방송 활동 중단이라는 말도 서태지한테 처음 들었어요. '특종 TV연예'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거절당해 당황했죠. 왜 나한테까지 이러나 싶었어요."

송 센터장은 때와 장소를 안 가리는 서태지의 고집을 보여주는 일화를 전했다. "부산 콘서트에 동행해 광안리 카페에서 공연 뒤풀이를 하던 때였어요. 조폭 같은 친구가 다가와 조카가 팬이라며 목걸이를 하나 달라는 겁니다. 서태지가 팬들이 준 팔찌와 목걸이를 많이 걸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대꾸도 안 하는 거예요. 분위기가 험악해졌죠. 건달도 체면이 안 서니 돌아서지도 못하고 인상 쓰고 있는데 이주노가 자기 것을 주고 겨우 해결했어요."

송 센터장은 서태지의 등장과 그 세대에 미친 파장을 빅뱅이라 일컬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새로운 음악과 패션이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그들만의 행동 방식까지 어우러져 하나의 트렌드가 형성된 거죠. 시대의 아이콘이 될 모든 요건을 갖췄던 것 같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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