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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관리 '구멍' 노후원전 수명연장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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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관리 '구멍' 노후원전 수명연장해야 하나

입력
2012.03.2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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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디젤발전기만 교체하면 안전한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1일 고리1호기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비상발전기 교체 및 특별점검 등을 재발방지대책으로 내놓았으나, 노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설계수명(30년)이 끝난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해 재가동하는 정책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전위가 밝힌 사고 원인 및 은폐 경위를 보면, 현장 실무자들에서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 수뇌부에 이르기까지 만연한 안전불감증은 경악할 수준이다. 지난달 9일 정전 사고는 현장 실무자들이 정비컨트롤센터에도 알리지 않고 보호계전기 시험을 앞당겨 실시하면서 일어났다. 당시 발전소장이 사고 은폐를 주도했고, 현장에 있던 간부와 직원 20여명도 한통속이 됐다. 이어 사고를 숨긴 채 계획예방정비를 강행해 비상디젤발전기 2대가 작동 불능인 상태에서 핵연료를 꺼내 옮겼고, 비상발전기가 한차례 더 작동되지 않은 것도 일지를 조작해 덮었다. 지침 무시가 사고를 낳고, 사고 은폐가 또 다른 조작으로 이어지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더욱이 말썽이 난 비상디젤발전기의 공기공급밸브는 생산이 중단됐는데도 부품 교체 등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 한수원은 2007년 고리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면서 핵심 설비를 거의 교체했다면서도 30년 전 설치한 비상디젤발전기는 "성능에 문제가 없다"며 교체하지 않았다.

한수원의 늑장 대처도 문제였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뒤늦게 사고 사실을 안 신임 고리원전본부장으로부터 이달 10일 전화로 첫 보고를 받고도 대면보고를 거쳐 12일에야 안전위에 알렸다. 강창순 안전위원장이 실무자들의 은폐에 눈뜬 장님 꼴이 됐던 안전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파견 주재원들에 대해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강변한 데에도 질타가 쏟아졌다.

결국 무사안일이 빚은 뿌리깊은 안전불감증을 해소하지 않고는 노후 원전에 대한 우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안전위는 "고리1호기를 폐쇄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문화평가(SCART) 점검을 받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원전 안전관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사고 소문을 듣고 고리본부에 이를 처음 문의했던 김수근 부산시의원은 "안전위의 발표에 대해 어느 것도 신뢰할 수 없다"면서 "더 이상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겨선 안된다. 민간 공동감시기구를 하루 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사무국장도 "비상발전기를 교체해도 노후 원전은 어디선가 또 고장 나게 돼 있다"며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을 고려하면 노후 원전을 계속 운영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올 11월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월성1호기의 수명 연장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김익중 경주핵안전연대 운영위원장(동국대 의대 교수)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가장 오래된 1호기가 먼저 폭발하고 오래된 순서대로 2, 3, 4호기에서 연쇄적으로 문제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노후 원전을 무조건 운영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운영이 바람직한지, 어떻게 안전을 확보할지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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