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부터 봄이 오는 낙동강변의 습지에는 여러 종류의 철새들이 가끔 날아와 장관을 이룬다. 생태하천 복원과 습지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바뀐 환경에도 불구하고 철새 등 많은 조류들이 찾아와서 바쁜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같다.
4대강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우리 모두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전부터 환경을 둘러싸고는 개발과 보전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해 왔다. 자연환경은 보존하고 또 보전해야 한다. 잘 보호하고 간수하여 남겨야 하고 온전하게 보호하여 유지해야 한다. 보호의 사전적 개념은 잘 지켜 원래대로 보존되게 함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않도록 잘 보살펴 돌본다는 뜻도 있다.
수자원사업은 자연을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려는 것이다. 홍수기 하천주변지역의 상습 침수를 방지하고 생태환경 복원, 수질 관리를 하며 더 나아가 지역경제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한강의 시민공원을 생각해 보자. 둔치공원 없는 한강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수자원사업은 정치가나 지방자치단체장들 누구도 결코 크게 반기지 않은 사업이었다. 사업 후 대부분이 물속에 잠기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또한 사업비가 국고와 지방비의 매치펀드로 구성되므로 지방비 부족으로 국고가 집행이 되지 않는, 사업실행이 정말로 어려운 사업이었다.
이처럼 수자원사업은 홍수나 가뭄과 같은 치수방재 차원과 이수 차원에서 국가의 뼈대가 되는 사업으로 모두가 필요하다고 공감하지만 실행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주에 발표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환경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4대강 사업이 수자원 관리와 녹색성장에 대한 '통합적 접근'의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또 328억 달러(약 37조원)의 경제적인 편익과 34만개 의 일자리 창출이란 직접적 이익 외에도 수계사업경험과 기술개발을 통해 물관리 선도국으로 발돋움 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다만 환경과 관련해서는 농지 등의 영양염류 과다에 따른 수처리 비용과다 등 물 환경 개선을 위한 지속적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환경적인 보완 사항은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계획수립 시부터 각계의 전문가가 모여 최고의 대책을 수립해 나가면 될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또한 한국은 물 스트레스 비중이 40% 이상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물 스트레스는 연평균 가용 수자원에서 물 수요량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 수치가 클수록 그만큼 물 부족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 관리 선도국으로서 해외로의 진출은 흥분되는 전망이다. 동남아 각국은 매년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으로 국민들은 매년 힘들게 반복적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국가는 부족한 재정과 무기력한 리더십으로,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수자원 사업을 이끌어갈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특히 세계 8대 장강(長江)인 메콩강 유역의 국가들은 한국의 발전된 수자원 기술을 기대하고 있다. 재정이 부족한 이 나라들은 보상비를 포함한 사업비가 많이 드는 유역전체의 다목적 수자원개발보다는 약 3분의 1수준의 사업비가 소요되지만, 동일한 사업효과가 나타나는 하천의 다기능보 건설을 선호하고 있다.
이미 필자가 과거 파견 근무한 메콩강 위원회(MRC) 소속 국가들이 우리의 4대강을 접목하기 위해 많은 문의를 해 오고 있다. 발전된 수자원 설계기술 분야와 사업수행경험을 개도국에 전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물 관리 경험만이 우리 후손에게 더 좋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다. 때마침 오늘은 '세계 물의 날' 이다.
최병습 한국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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