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이 만든 우리말 달 이름에 따르면 2월이 시샘달, 3월은 꽃내음달이다. 올해는 한 칸씩 뒤로 밀면 될 듯하다.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여태껏 맵다. 하지만 남도의 꽃나무들은 하나 둘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번 주말 곳곳에서 봄꽃 축제가 열린다. 후끈하게 떠드는 인파의 소음과 들척지근한 동동주 냄새가 싫을 수 있다. 하지만 겨우내 꽁꽁 여몄던 몸과 마음을 열어젖히려는 참엔 그런 왁자함이 도움이 될는지도 모른다. 이번 주말 봄마중을 나서기가 어렵다고 아쉬워할 이유는 없다. 개화가 늦어져 봄꽃의 만개는 조금씩 늦춰질 것으로 예측된다.
해남 땅끝매화축제
올해 세 번째인 땅끝매화축제가 24, 25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 보해매실농원에서 열린다. 보해매실농원은 단일 매화농장으로는 전국 최대의 규모로 50만㎡의 땅에 홍매, 청매, 백매 등 다양한 품종의 매화나무 1만 5,000여 그루가 자라는 곳이다. 해마다 3월 말이면 정신이 혼곤해질 정도의 매화향이 퍼진다. 아직 꽃은 조금 이르지만 따사로운 햇살과 붕붕 날아다니는 벌의 소리는 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축제의 주제는 “올 봄은 땅끝매화밭에서 가족과 함께”다. 2~3대의 가족이 함께 참여하면 가산점을 주는 가족 노래 자랑, 매화 장신구 만들기와 봄나물 캐기 등이 진행된다. 청소년 록페스티벌, 다문화 여성 난타 공연, 매화 사진 콘테스트 등 다양한 행사도 함께 열린다. 전라남도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가정 120여명을 초대해 더불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꾸밀 계획이다. 해남군 문화광광과 (061)530-5919.
광양 국제매화문화축제
제15회 광양 국제매화문화축제는 17일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 주말에야 제대로 꽃을 틔운 매화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5일까지 계속되는 광양 매화축제는 해마다 수십만의 방문객이 다녀가는 대표적 봄꽃 축제다. 백운산의 누긋한 지세와 섬진강의 넉넉한 흐름만으로도 아름다운 고장인데, 산과 구릉과 들이 모두 매화로 뒤덮이는 이맘때면 눈으로 맘껏 사치를 부릴 수 있다.
매화가 제일 먼저 개화하는 소학정마을, 유등 달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관동마을을 돌아볼 수 있다. 24, 25일에는 옥룡사지, 매천 생가, 광양제철소 등을 운행하는 광양시티투어버스가 운행된다. 퀴즈를 푸는 탐방객에게 매실 제품을 선물하는 미션 수행, 매실 음식 솜씨 자랑대회 등도 열린다. 매실을 이용한 다양한 특산품과 매화 분재를 관람ㆍ구입할 수도 있다. 광양시 관광진흥과 (061)797-3714.
원동 쌍포매화축전
경남 양산시 원동면은 영남에서 매화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고장이다. 원동면 쌍포매실 다목적 광장에서 24, 25일 이틀 간 제6회 쌍포매화축전이 열린다. 원동 매화마을은 낙동강을 따라 달리는 경부선 철길변에 있다. 미술사학자 유홍준이 에서 “낙동강을 따라 삼랑진에서 원동마을을 거쳐 물금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길”이라고 얘기했던 그 철길이다.
24일 오전 고유제를 시작으로 매실 아이스크림과 엑기스 시음, 도자기 공예 등 체험 행사, 노래자랑 등 여러 이벤트가 진행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중앙고속도로 남양산IC에서 나와 물금 방향으로 가면 된다. 아름다운 철로 위로 기차를 타고 원동역에서 하차,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훨씬 더 운치 있다. 양산시 문화관광과 (055)392-2543.
구례 산수유꽃축제
산수유 나무도 꽃을 틔웠다. 23~25일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서 산수유축제가 열린다. 행사 장소는 지리산 온천 관광지 일대다. 구례는 전국 산수유 수확 면적의 84%, 생산량의 73%를 차지하는 고장이다. 어릴 때부터 앞니로 산수유 과육과 씨를 발라내느라 산동 처녀는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산수유의 질을 결정짓는 9월 이후 강수량이 적어 맛과 색이 뛰어나다는 것이 이 지방 사람들의 설명. 질 좋은 산수유로 보약, 초콜릿, 비누, 막걸리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지리산 자락, 산길과 인가의 돌담을 따라 지천으로 피어난 산수유꽃의 노란 빛 속을 거니는 게 진짜 매력이다. 소설가 김훈이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이라고 했던 그러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볼 수 있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다. 구례군 축제추진위원회 (061)780-2727.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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