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포스코는 세계가 깜짝 놀랄 획기적 기술을 내놓았다. 바닷물에 들어있는 리튬을 빠르게 추출하는 기술. 리튬은 전기자동차 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가장 각광 받는 성장시장으로 꼽히는 2차 전지의 핵심 원료다.
포스코는 포항제철로 시작해 광양제철소까지, 우리나라 산업화를 상징하는 철강회사. 그런데 왜 포스코가 철강 아닌 리튬 기술을 개발한 것일까. 회사 관계자는 "철강이 핵심소재이긴 하지만 철강만으론 지속가능한 성장이 힘들다. 이젠 철강기업을 넘어 종합소재기업으로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도 가전제품도 선박도 철강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일. 그래서 철강은 '산업의 쌀'로 불린다. 국내 첫 일관제철소인 포항제철 용광로에서 시뻘건 쇳물은 흘러나오는 장면은 우리나라 산업화의 가장 상징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IT와 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물결 속에 철강은 다른 중후장대 산업처럼 '낡은 산업'처럼 여겨지곤 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현재 변곡점에 도달해있다. 포스코가 리튬개발 기술에 나선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포스코 관계자는 "신소재 분야는 글로벌 시장 규모가 7,000조원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만큼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에서 티타늄슬래브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티타늄은 부식에 강한 고강도 원료로 그 동안 국내에는 생산설비가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소재다.
포스코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소재는 마그네슘. 강하면서도 가벼운 재질을 갖고 있는 마그네슘은 특히 철강을 대체할 미래 자동차용 소재로 각광 받는 원료다. 자동차가 연비경쟁에 돌입하면서 보다 가벼운 소재를 선호하게 됐고, 마스네슘이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계열사 도요타통상과 마그네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제철의 전진 속도 또한 경이적이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 포스코가 내수시장에서 위협을 느낄 만큼 현대제철의 추격은 거세다.
현대제철은 특히 현대차 그룹 소속답게 자동차용 강판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 지난 2010년 당초 목표였던 44종을 초과해 무려 49종의 자동차용 강판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극저탄소강, 35~60㎏급 고장력강판 등의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며 올해는 초고성형성 강판, 100㎏급 이상의 초고강도 강판 개발을 마칠 예정이다. 2013년 이후에는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에 쓰는 모든 종류의 철강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 종합그룹의 특성을 살려 현대제철이 조강생산과 열연강판 제조분야를 연구하고, 현대하이스코가 냉연강판 제조분야를, 현대·기아차가 완성차 개발분야를 연구하는 일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은 해외진출도 어느 업종보다 활발하다. 많은 돈이 들어가는 대표적 장치산업임에도 불구, 다른 업종보다 많은 해외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철강산업이다.
쇳물을 뽑아 내는 용광로를 국내에 짓는 건 더이상 불가능한 상황. 때문에 철강사들은 '쇳물 생산은 광산 근처로'라는 해외생산방침을 정한 상태다.
포스코는 현재 'UㆍI'란 이름의 글로벌 철강생산 벨트 구축구상을 완성해가고 있다. 중앙아시아, 동남아, 중국을 잇는 U라인, 북ㆍ중ㆍ남미를 연결하는 I라인, 여기에 모잠비크와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콩고를 잇는 A(아프리카)라인까지 고려하고 있다.
우선 U라인에서는 ▦동남아 최초의 일관제철소가 될 인도네시아에서 2013년부터 연산 300만톤의 쇳물을 생산하고 ▦인도에서는 오리사 주, 카르나타카 주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며 ▦카자흐스탄 티타늄슬래브 공장 ▦파키스탄 지분인수 ▦베트남 냉연공장 ▦중국의 아연도금강판 공장도 준비 중이다. I라인에선 ▦포스코 최초의 해외 생산기지인 UPI에서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생산하고 있으며 ▦멕시코의 경우 45만톤 규모의 아연도금강판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 A라인은 생산 보다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 자원확보를 위해 정준양 회장이 각별히 공을 들이는 지역이다.
이밖에 동국제강도 브라질에 일관 제철소 건설을 눈앞에 두고 있다. 브라질 발레사 50%, 동국제강 30%, 포스코 20%의 지분율로 연산 300만톤급 제철소를 오는 2014년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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