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봄볕에 누그러지고는 있다지만 옷깃 여미지 않으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바람의 성질머리, 꽤나 더러운 듯하다. 패턴을 잃은 계절에 이렇듯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우리, 그 가운데 연일 구럼비를 발아래 놓고 부숴대는 만행의 주인공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줄 이는 아무도 없는 걸까.
누가 내게 그랬지. 그렇게 화가 나면 정치판에 뛰어들어 세상을 바꿔보라고. 나 참, 내가 어디 그럴 '깜'이나 되나요. 그러니 공천 관련으로 보도되는 뉴스 속 정치인들의 희비 곡선이나 구경하는 바, 때때로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건 개그맨보다 더 뛰어난 몸 개그의 소유자들을 게서 만나게 되는 탓이다.
누가 봐도 그 '깜'이란 게 모자란 사람들이 정치한답시고 맘먹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정색하고 위인인 척 겨레, 민족 운운하는 자세는 좀 너무하지 않은가.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겠다는 공약이 있다 했을 때 누가 못 들으면 어쩌나 시끄럽게 외쳐대기 전에 누가 볼세라 모자 쑥 눌러쓴 채 소리 소문 없이 비질하고 사라지는 그런 정치인, 정말 대한민국에선 태어나기 힘든 팔자일까.
괜히 그 밤에 텔레비전을 켰다. 결연, 입양, 탈북 등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 연예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던 차인표. 일단 나부터 끊었던 결연을 하루아침에 다시금 잇게 하였으니 이~씨, 좋겠다, 신애라씨는!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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