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상법 개정을 빌미로 이사 책임을 축소하려는 기업들의 행보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포스코 대림산업 풍산 등이 정관 개정을 자진 철회한 데 이어,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다른 상장사들도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그 동안 표결까지 가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한 70여개 기업에서는 정관 개정이 그대로 통과돼, 국민연금의 엄포가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열고 주주가 경영진을 감독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사의 책임을 감면하는 정관 개정에 반대하기로 했다.
4월 발효되는 상법 개정안이 지금까지 무한 책임을 져온 이사들에게 일정 한도(최근 1년 보수액의 6배) 내에서만 회사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제한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데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상법 개정 취지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주주가치를 지키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사의 책임 감면에 대한 결정을 주총 특별결의를 통해서 하도록 정관에 정하는 경우에만 찬성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3일 슈퍼 주총데이 등 향후 주총에서 이사 책임을 감면하는 정관 변경을 추진 중인 상장사들은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 표결에서 지분이 10%에 못 미치는 국민연금이 이길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민생경제정책연구소 김춘식 소비자운동본부장은 “이사들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라지만 상법 개정 자체가 시대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이와 함께 그간 이사나 감사에 대해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확정 판결이 나야 선임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앞으로는 1심 판결이 난 직후부터 선임에 반대하기로 했다. 특히 범죄 사실이 명백한 경우엔 검찰 기소 단계에도 이사나 감사 선임에 반대할 방침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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