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정전사고가 발생하기 이미 3개월 전 고리원전은 감사원으로부터 허술한 부품관리에 대해 강도 높은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고리원전이 감사원 지적대로 부품관리에 만전을 기했더라면 비상디젤발전기는 정상가동 됐을 것이고, 12분간의 블랙아웃 상태나 사건은폐도 없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감사원은 작년 11월2일부터 22일까지 고리원전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으며, 관리태만과 비리사실을 다수 적발했다.
고리원전의 '출입통제내칙'에는 수리 등 목적으로 부품을 외부로 반출하거나 반입할 때는 반드시 반출ㆍ반입증을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고리원전측은 반출부품과 반출목적, 반출처, 반출부품의 반입시기 등을 제대로 기입하지 않는 등 부품관리가 크게 허술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특히 2007년 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외부로 반출된 부품 가운데 19건이 아예 반입조차 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한 원전 전문가는 "엄격한 관리와 통제를 받아야 하는 원전부품이 외부로 나가 반입되지 않은 것은 부품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폐기대상부품을 수리를 위해 외부업체에 맡긴 뒤 마치 새 부품인양 다시 들여온 고리원전 직원들이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고리원전 측에 "반출부품이 없어지거나 재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전체적인 부품검사와 관리 등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리원전에서 정전사고가 발생한 건 감사원 감사가 끝나고 3개월이 지난 시점. 정전사고는 외부 전원공급이 차단됐을 때, 자동으로 기동되어야 할 비상디젤발전기의 핵심부품인 공기흡입밸브에 이물질이 끼는 바람에 발생했다. 이 원전 전문가는 "비상디젤발전기가 사고 당시 작동불능상태였고 지금까지도 '됐다 안됐다'하는 상태라면 이는 부품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감사원 지적조차 한수원과 고리원전이 이행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기강해이와 안전불감증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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