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기로 미국 측과 약속한 지 불과 16일 만에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북한 내부의 외교라인과 군부 사이에 갈등이 불거진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도의 술책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먼저 북한 내부의 갈등설에는 대외적인 유화 분위기에 따른 군부 소외론이 자리잡고 있다. 북한의 최근 대외정책은 김계관, 리용호 외무성 부상 등 외교라인이 주도했다. 이들이 미국 대표와 만나 2ㆍ29 합의를 이끌어냈고 식량 지원 방안에도 상당 부분 이견을 좁혔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북한 대표단이 무척 진지하게 회담에 임했으며 상대를 떠보는 게 아니라 합의를 하라는 확실한 지시를 받고 온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북한의 외교라인이 대외적인 문제에서 주도권을 쥐게 되자, 군부가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 발표로 응수했다는 가설이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긴장 국면이 심화할수록 북한 내부적으로는 군부가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정상적인 국가라면 대외 정책이 이처럼 하루아침에 180도 달라질 수는 없을 것"이라며 "'김정은 체제'의 내부 장악력이 완전치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관측도 있다. 대외정책이 혼선으로 비치는 점도 북한 당국의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북한은 그간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4월 15일)에 맞춰 로켓 발사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재정난에 따라 식량이 무엇보다 필요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로켓 발사계획을 계속 추진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이어가면서 국제 사회의 식량 원조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북한이 만약 위성을 먼저 발사했다면 미국과의 대화를 당분간 접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됐을 것"이라며 "북한은 앞으로 로켓 발사와는 별도로 대화를 통해 미국과 협의하는 스탠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여기엔 김 부위원장이 사실상 당과 군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일이 권부의 내부 갈등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도 들어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김 부위원장이 총비서에 추대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집단간 갈등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국제원자력 기구(IAEA)의 핵 사찰 수용 통보를 보냈다. 미국과 합의한 핵 실험 유예조치를 이행하겠다는 것으로 역시 유화적인 제스처의 일환이다.
IAEA 관계자는 "북한으로부터 다음 달 16일 사찰단이 방문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영변 핵 시설에서 활동하던 IAEA 사찰단에게 제한된 접근만 허용하다가 2009년 추방한 바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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