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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은폐 의혹/ 이영호 기자회견 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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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은폐 의혹/ 이영호 기자회견 자청

입력
2012.03.2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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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자청한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프레스센터는 몰려든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씨가 그 동안 쏟아지는 의혹 제기에도 언론과의 접촉을 일체 끊고 잠행했기 때문에 그의 입장 발표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오후 5시30분 모습을 드러낸 이씨가 "국민 여러분께 심려와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일 때까지만 해도 혹시 그가 의혹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할 것인가 하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씨는 A4 용지 6장에 미리 적어온 기자회견문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억울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자신이 가난한 어촌마을에서 태어나 어렵게 공부했다고 말할 때는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비장한 어조와 표정으로 회견문을 읽던 그는 곳곳에서 "결코"라는 단어를 3, 4차례씩 반복하며 진실이 왜곡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씨는 검찰 수사로 이미 밝혀진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용어까지 "현 정부를 음해하기 위한 음모이자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하는 등 객관적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또 자신의 위치에서는 알 수 없는 내용까지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주장하기도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불법사찰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총리실의 자료 삭제를 지시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은 하지 않았다며 앞뒤가 안 맞는 주장도 했다.

이 사건을 정치적 논쟁거리로 만들려는 의도도 엿보였다. 최근 제기된 의혹들은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폭로로 시작된 것인데도, 민주통합당이 이를 최초로 제기한 것처럼 강변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한명숙 민주당 대표와 박영선 최고위원에게 공개토론을 하자고 요구하는 등 현실성 없는 주장도 했다. 회견장 내에서는 "쇼 그만두라"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씨는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 청와대 비서관으로서 어떤 어려움에도 주저하지 않고 사명감을 갖고 국가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씨는 회견문을 낭독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뜨려다가 따라잡으려는 취재진과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윗선 개입이 진짜 없었느냐'는 등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는 엉뚱하게 "내가 노조 출신이야"라는 말만 했다. '오늘 회견을 이명박 대통령이 시킨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화가 난 듯 고개를 돌려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기자들과 몸싸움을 하던 그는 카메라에 머리를 부딪쳐 넘어지기도 했다. 기자들에 둘러싸여 도로에서 500m가량 이동하던 이씨는 택시를 타고 간신히 현장에서 벗어났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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