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유모(41)씨는 최근 한 대형 캐파탈사에서 대출 권유 문자를 받았다. 최저 연 7% 금리로 3,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캐피탈사니까 다른 곳보다는 믿을만하겠다 싶어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가 깜짝 놀랐다. 실제 적용되는 대출 금리는 연 26% 안팎이었기 때문이다. 유씨는 "이 정도 금리면 대부업체와 다른 게 뭔지 모르겠다"며 "대기업 계열 캐피탈사들이 서민들을 상대로 대놓고 돈놀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대기업이나 금융지주사들이 운영하는 캐피탈사가 대부업체 못지 않은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연 30%에 육박하는 대출금리는 30% 초반대인 대부업 대출 금리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상황. 그나마도 금융당국의 지도로 작년 초부터 최고금리를 연 35%에서 30%로 낮춘 덕이다. 때문에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대형사들이 가뜩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서민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의 캐피털사 공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체 11개 캐피털사 가운데 최근 3개월(작년 11월~올 1월)간 신규 개인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연 25%를 넘는 곳이 7개에 달했다.
한국씨티금융지주 계열사인 한국씨티캐피탈이 평균 28.6%로 가장 높았고, 롯데의 금융 계열사인 롯데캐피탈이 28.4%로 뒤를 이었다. 최근 금융지주사로 새 출발한 농협금융 계열 NH캐피탈(25.6%), 하나금융지주 계열인 하나캐피탈(25.2%)도 25%가 넘는 금리를 받고 있다.
특히 금리대별 분포를 보면 사정은 더 심각하다. 부산은행 계열인 BS캐피탈은 전체 대출자의 95.8%가 연 25% 이상 고금리로 돈을 빌렸고, 한국씨티캐피탈(93.9%)과 롯데캐피탈(89.1%)도 10명 중 9명 가량의 대출금리가 25%를 넘었다.
반면 10% 이하 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곳은 기업은행 계열사인 IBK캐피탈과 아주캐피탈 등 5개에 불과했고, 그나마 이런 금리를 적용 받는 고객은 전체 대출자의 0.2~3.1%로 생색내는 수준에 그쳤다.
캐피탈 업계는 은행 대출이 막힌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만큼 금리가 다소 높은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은행은 10% 이하, 저축은행은 10%대 중ㆍ후반, 캐피탈과 카드사가 20%대 금리를 형성하면서 저신용자들의 대출 통로를 뚫어준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과 금융지주사가 운영하는 캐피탈사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캐피탈이라는 그럴듯한 간판 뒤에 숨어서 대부업에 맞먹는 고금리 장사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금융지주사들이 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등을 계열사로 두면서 다양한 신용계층의 대출고객을 확보, 손쉽게 돈 벌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고도의 전략"이라며 "이에 따라 대기업과 금융지주사들이 국민 전체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킨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캐피탈 신용대출 이용자 대부분이 대부업 이용층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캐피털사의 대출 규모가 대부업보다 크기 때문에 건전성은 더욱 빨리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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