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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농협 유통혁신에 달렸다/ <중> 횡성 서원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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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농협 유통혁신에 달렸다/ <중> 횡성 서원농협

입력
2012.03.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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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생산한 것이면 뭐든지 무조건 판다"

전국 일선 농협의 벤치마킹 1호인 강원 횡성군 서원농협의 모토다.

서원농협이 위치해 있는 횡성군 서원면의 인구는 2,300여명. 이 중 절반인 1,165명이 서원농협의 조합원이다. 직원 140여명의 서원농협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실채권 65억, 부실 재고 30억원이 쌓여있어 합병대상 1호 농협이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1998년 2월 취임한 이규삼(60) 조합장은 "농협은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팔아주는 것이 본래 존립목적인데 민간 기업의 잣대 만으로 부실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며 합병을 막았다. 이후 부실투성이 농협을 경제사업으로 재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후 20일 만난 서원농협 임직원들은 모두 "농민들이 생산한 것이면 무조건 100% 판다"는 말을 후렴구처럼 되풀이 할 정도로 이 조합장의 소신에 동화돼 있었다. 서원농협은 농민들 사이에서 "뱀도 팔아주는 농협"으로 정평이 자자하다. 왜 이런 소문이 났는지, 이 조합장에게 물어보자 "경제사업 초기 농민들이 생산한 물건을 어떻게라도 팔기 위해 열심히 하다 보니 농민이 잡아 온 뱀과 개구리를 판 적이 있었다"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쑥스러운 듯 웃었다.

서원농협이 처음 착수한 경제사업은 산지에서 출하된 농산물을 서울 등 수도권에서 직거래로 판매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많이 보급됐지만 당시 국내 농협 중 첫 시도였다. 이 조합장과 농협 직원들은 서울 양재동에 있는 농협 남서울지점 앞 노상에서 농민들과 함께 풍물을 쳐 손님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며 직거래 장터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아파트 앞에서 직거래를 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공무원들에게 쫓겨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을 무수히 겪었다. 하지만 '품질이 신선하고 가격이 싸다'는 소문이 나면서 차츰 자리를 잡았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금 서원농협은 서울과 수도권 23곳에서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횡성과 원주에 있는 가공공장에서는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구입해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서원농협은 가공공장에서 생산한 참기름ㆍ들기름과 각종 선식 제품, 삶은 나물 등을 학교 급식으로 공급하고 대형마트에서 판매해 지난해 6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제사업 매출액은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 1998년 말 94억원이던 매출은 9년 뒤인 2007년 279억원으로 3배 늘었고 2008년 320억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3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서원농협의 이익 43억2,200만원 중 70.7%인 30억5,700만원이 경제사업에서 창출됐다. 서원농협은 경제사업 매출 비중이 1,170개의 국내 농협 중 1위다. 서원농협이 전국 농협의 벤치마킹 1호로 꼽히는 이유다.

이 조합장은 "현재 서원농협의 성공은 농민들과 농협, 직원들의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조합원인 농민은 생산에만 신경 쓰고 농협은 생산물을 100% 판매해 농민과 농업을 살리는 농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횡성=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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