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프로야구가 700만 관중을 목표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4월7일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리허설 격인 시범경기가 한창이다. 올 시즌은 각 팀의 전력 차가 거의 없어 유례없는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는 8개 구단 감독들을 상대로 올 시즌 팀의 목표와 상황에 걸맞은 사자성어를 중심으로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절치액완(切齒扼腕). 이를 갈고 팔을 걷어 올려 주먹을 꽉 쥔다는 뜻으로, 단단히 벼르는 모습을 의미한다.
한대화(51) 한화 감독의 심정이 딱 그렇다. 박찬호와 김태균의 가세로 투타 전력이 탄탄해진 만큼 "4강에 도전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밝혔다. 이 같은 자신감은 지난 2010년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처음이다. 내친 김에 "포스트시즌에만 진출하면 류현진과 마무리 투수 데니 바티스타가 있기에 대권에도 도전해 볼 수 있다"는 큰 포부까지 밝혔다. 올해로 3년 계약이 만료되는 한 감독. 그가 단단히 칼을 빼 들었다.
"4월, 기선 제압에 들어간다"
2010년 8승16패 7위, 2011년 6승1무16패 꼴찌. 최근 2년 간 한화의 4월 성적표다. 정규시즌 초반부터 패를 안고 가니 좀처럼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한 해 농사의 성패는 4월에 이미 결정 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번 맞붙어 주눅이 들게 되면 1년 내내 끌려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가 그랬다. 4월 한 달간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여 선두를 유지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팀, 경기를 풀어나갈 줄 아는 팀. 이 모든 것은 '4월' SK의 이미지였다. 반면 한화는 달랐다. 7개 구단 모두가 승수를 쌓기 위해 죽을 듯이 달려 들었고 한화는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다.
한 감독은 20일 "그 동안 부진했던 4월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팀이 4월 기선 제압에 들어간다. 이 때가 1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하다"며 "똑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작년 보다 수비가 좋아졌고 조직력이 탄탄해졌다"고 훈련 중인 선수들을 흡족한 미소로 지켜봤다.
"김태균 류현진, 기대치는 없다"
한 감독은 김태균, 류현진만 보면 든든하다. "특별한 조언도 필요 없고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는 투타의 기둥"이라고 했다. 지난해에는 류현진 홀로 고군분투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타선(0.255ㆍ7위) 때문에 무리하게 공을 던졌다. 그러다 어깨와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몇 차례나 2군을 들락거렸다. 하지만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이 돌아오며 마침내 올시즌 투타의 균형이 맞춰졌다.
그러나 한 감독은 "이들에 대한 기대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감독이 일정한 기준치를 주게 되면 선수들이 부담을 갖는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선수들인 만큼 각자가 세운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현재 최고의 몸 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넥센과의 연습경기를 포함해 전지훈련 후반부터 출전한 3경기에서 11이닝 무4사구 무실점 행진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목표는 개인 최다 승수인 18승(2006년)을 뛰어 넘는 것. 한 감독은 "현진이가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에 대해서도 10점 만점에 10점을 줬다. 한 감독은 "일본에서 급히 돌아오며 지난해 9월부터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지금은 경기 감각을 키우고 있다"며 "그래도 안타를 터뜨리고 홈런을 친다. 정규시즌에 맞춰 알아서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다"고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박찬호 숨기기, 진정한 속내는?
지난 14일이었다. 박찬호는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연습경기를 통해 18년 만에 국내 마운드에 섰다. 취재 기자만 무려 30여 명. 섭씨 5도의 추운 날씨에도 500여 명의 관중이 몰려와 플래시 세례를 터뜨렸다. 박찬호는 이날 직구,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슬러브 등 다양한 구종으로 빅리거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한 감독은 '박찬호 숨기기'에 들어갔다. '코리안 특급'의 등판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겉으로는 "박찬호의 모든 구질이 노출됐다. 맞대결한 상대팀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에도 정보가 들어갔다"고 말했지만, 분명 다른 뜻도 있었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8명의 야수들과 투수가 함께 하는 경기다. 넓게는 1군 엔트리에 포함된 26명의 선수가 다 함께 뛴다. 한 감독은 바로 이 점을 우려했다. 박찬호에게 모든 포커스가 쏠렸을 때 다른 선수들의 상대적 박탈감, 집중력 손실 등을 우려했다.
지난 2007년 이후 5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리는 한화다. 감독 3년 째이자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아 이를 갈고 팔을 걷어 올려 주먹을 꽉 지고 있는 한 감독이다.
한 감독은 "아직까지 외야수 한 자리가 걱정이지만 대체적인 밑그림은 다 그렸다. 팀의 주축인 최진행, 장성호도 성공적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며 "마무리훈련 때부터 구상한 대로 한 시즌을 잘 꾸려가겠다"고 강조했다.
청주=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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