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일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자 중 일부 인사의 국회의원 후보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2008년 보건복지부 차관 시절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부당수령 의혹으로 취임 7개월 만에 하차한 이봉화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15번)의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국민적 공분을 샀던 직불금 파동을 촉발시킨 인사를 공천한 것은 국민 눈높이를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출석하지 않은 전력도 갖고 있다. 이 원장 공천을 둘러싸고 공천위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지만 청와대가 강력히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위 관계자는 "이 원장을 공천하지 않으면 청와대 몫은 없는 걸로 알겠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선거대책위 공동대변인으로 내정된 이상일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8번)을 둘러싼 뒷말도 많다. 선거법 상 언론인이 비례대표로 출마할 경우 사퇴 시한은 없지만 공천 발표 전날 사표를 내고 불과 5일 전까지 정치 칼럼을 쓰던 언론인을 특정 정당의 '입'으로 차출한 것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이 전 위원은 최근 칼럼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을 두고 '눈물은 슬픔의 말 없는 언어' '박정희의 딸답다' 등의 말을 인용하면서 치켜세웠다. 그는 2주일 전 박 위원장 초청 관훈클럽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것도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있다. 그는 당시 박 위원장에게 "썰렁 유머를 잘한다고 하는데, 한번 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남 함평 출신인 이 전 위원은 신민당과 통일민주당 소속으로 3선을 한 이진연 전 의원의 아들이다. 부자가 다른 정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당시 민주당ㆍ열린우리당 당적 보유 의혹이 제기된 주영순 목포상공회의소 회장(6번)에 대해선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통합당에선 한국노총 출신 인물 4명이나 포함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한국노총 출신 이용득 최고위원이 "무조건 4명의 비례대표를 달라"고 강력히 요구한 결과로 풀이된다. 비례대표 23번을 배정 받은 문명순 금융경제연구소 상임이사가 과거 한나라당 중앙노동위원으로 임명된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안병욱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은 "문씨는 한나라당 당적을 가진 적이 없다"며 "문씨가 중앙노동위원으로 활동한 당시는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이 정책연대를 하던 시기"라고 해명했다.
지역구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한 도종환 시인에 대해서는 "지역구 공천 신청자를 평가하던 사람이 비례대표로 공천받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당수 비례대표 후보들이 당내 특정 계파의 집중 지원을 받았다는 지적도 많다. 시민사회 몫으로 비례대표에 이름을 올린 남윤인순 최고위원과 김기식 전략기획위원장은 민주통합당 출범 전에 친노세력이 주축을 이룬 야권통합 추진모임 '혁신과통합' 출신이다. 또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등 친노 인사들도 많이 포함됐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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