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와서 들어보시겠어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스프링 갈라 콘서트’를 여는 박광서(61)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음악원장의 말은 완곡한 권유투였다. 그렇지만 믿는 구석이 있을 때나 나올 법한 자신감 잔뜩 머금은 톤이었다. “하늘 아래서 이런 콘서트 경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농에서는 여유까지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출연진이 보통이 아니다. 러닝타임 2시간 남짓한 공연에 등장하는 음악가가 200명에 달한다. 박 원장은 “모두 한예종에 적을 두고 있는 스타급 현직 교수 12명과 학교를 거쳐간 동문들”이라며 “한예종 음악원(일반 대학의 음대)의 실력이 총 집약된 공연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1993년 개교 이래 교수와 학생들이 출연하는 교내음악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개교 20년인 올해 행사를 키운 덕에 사상 최대 규모의 콘서트다.
출연진의 규모만 본다면 자연스럽게 ‘물량공세’가 떠올려 질 법도 한데,박 원장은 오히려 자신만만했다. “세계적 음악 대회에서 상을 휩쓴 제자들을 키운 교수들이 공연에 나섭니다. 어떤 콘서트와 비교해도 우월한 공연이 될 겁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음대서 타악을 전공한 그가 홍콩 필하모닉 팀파니 수석, KBS 교향악단 수석 팀파니스트, 한예종 교수로 활동하면서 겪은 경험경 비춰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실제 한예종 음악원의 수준은 세계 유수의 음악학교들이 “믿을 수 없다”며 견제에 나설 만큼 정평이 나 있다. 박 원장은 “작년 가을엔 브뤼셀에 있는 벨기에 국영방송국에서 나와 열흘이나 취재를 해갔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최근 입상한 한예종 음악원 멤버들만 봐도 월등한 실력이 입증된다. 세계 3대 음악경연대회인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작곡부문에서 2009, 2010년 연거푸 1위를 한 전민재, 지난해 그리스 아테네서 열린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성악부문에서 1등을 한 서선영, 피아노의 귀재 손열음 등 개교 20년 동안 한예종 음악원 졸업생 1,250명 중 120여명이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각종 대회서 상을 거머쥐었다.
이 정도의 제자들을 배출한 스승들과 재학생, 동문들이 꾸리는 콘서트라면 요란하지는 않더라도 적당한 수준의 홍보를 해도 부끄럽지는 않을 터. 하지만 예술의전당 등 주요 공연장 로비 게시판에 걸린 포스트가 전부다. “걸출한 후진 양성으로 보람을 느끼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나서기를 꺼려하시더라고요.”
익어 숙인 고개를 들어 올리니 출연진과 프로그램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콘서트는 바톤 테크닉과 곡 해석이 국내서 가장 정교하다는 정치용 교수의 지휘로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 왈츠’로 막이 오르고, 한국 바이올린계의 대모 김남윤 교수와 임종필(피아노) 박상민(첼로) 교수가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토, 리차드 스트라우스의 호른협주곡(이석준 교수) 등으로 이어진 뒤 동문오케스트라와 100인의 한예종 합창단의 ‘한국 환상곡’(안익태 작곡)으로 마무리 된다.
“불시에 ‘집합’ 시켜서 아무 악보나 던져도 연주를 해낼 분들이 집에도 안가고 연습을 하신다니까요. 학교가 스무 살이 된다니까 교수님들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입니다.”
한국 클래식 음악의 산실인 한예종 음악원의 20년 성장을 보여주고 향후 2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자리이기에 음악원장의 욕심도 그만큼 커 보였다.
글ㆍ사진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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