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88만원 세대'의 권익을 대변하겠다며 출범한 세대별 노조 '청년유니온'이 최근 지역단위 노조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서울시가 서울 지역 청년유니온 조직인 '청년유니온 14'를 노조로 인정한 것이다. 이로써 '청년유니온 14'는 국내 최초의 지역ㆍ세대별 노조로,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 받는 정식 노조가 됐다. 만 15~39세의 직장인·취업준비생 등을 구성원으로 한 청년유니온은 "구직자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설립신고서가 반려됐었다. 청년유니온 측은 서울 지역노조로 인정받은 것을 발판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전국노조로도 인정받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구직자와 실업자를 포함한 노조가 가능한가'에 대한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차기환 변호사는 "구직자와 실업자는 노동자로 보기 어려울뿐더러 이들이 노조를 설립해도 교섭 상대방, 즉 사용자가 없다"며 "청년유니온의 경우 노조보다는 노동정책 개선을 위한 일반 결사체로 활동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노동자'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구직자와 실업자들의 노조 설립이 문제될 것 없다는 견해도 있다. 정병욱 변호사는 "장차 일할 곳을 상대로 채용 조건 등을 교섭하는 등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오히려 구직자와 실업자에게 노조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 "법원, '구직자 포함된 노조 적법' 판결… 외국사례도 노동자의 범위 폭넓게 인정"
여러분은 올해 '화이트데이'에 무엇을 하셨는가. 올해 화이트데이를 그 누구보다 신나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보낸 이들이 있는데, 여러분은 그들이 누구인지 아시는가. 바로 서울 지역 청년유니온을 의미하는 '청년유니온14' 조합원들이다. 그 이유는 차차 설명드리기로 하겠다.
여러분들 중에는 청년유니온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들리는 분도 있겠지만,'청년유니온'은 노조다. '구직 중'인 청년과 '실업 중'인 청년도 조합원이 될 수 있는 노조다. 청년유니온은 '무직'인 자들도 조합원이 될 수 있는 노조다.
무직인 자가 노조의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은 얼마나 구태의연한가. 이러한 생각이 우리나라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노조 조직률이 사실상 꼴찌인 나라로 만든 것이 아닐까. 노조는 일하는 사람과 일할 수 있는 사람의 권리를 높여주는 곳임이 분명하고, 따라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노조에 가입, 장차 일할 곳에 대해 채용이나 채용조건 관련 교섭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됐다.
따라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노조 '청년유니온'이 단체교섭과 단체행동 등을 통해 심각한 청년실업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청년실업율이 8%에 이르는 이 때에 청년유니온은 청년들의 일자리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 스스로 만들었다. 그런데 청년들의 '고용'과 '노동'에 힘써야할 이명박 정부의 고용노동부는 청년유니온을 무직인 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노조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이쯤에서 한 번 웃어주자. 사실 고용부가 청년유니온을 노조로 인정하면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그들의 일손을 덜 수 있다.
고용부는 2010년 청년유니온이 설립신고를 하였을 때 구직 중인 자와 실업 중인 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신고를 반려했고, 청년유니온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졌다. 청년유니온은 2011년 다시 고용부에 설립신고를 했으나 이번에도 반려되자,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에 설립신고를 했고 또 한 번 모두 반려됐다. 이 때 서울시로부터 반려를 받은 '청년유니온14'는 서울시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했고, 결과는? 이겼다.
법원은 위 두 소송에서 모두 '구직 중인 자와 실업 중인 자가 포함되어 있는 노조는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미 대법원은 2004년 서울여성노조사건에서 구직 중인 자가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고, 고용부도 구직 중인 자를 포함한 서울여성노조의 설립신고를 받아들인 바 있다. 외국에서도 프랑스는 헌법에서 누구나 조합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일본 역시 노조법상의 노동자를 넓게 해석하면서 구직 중인 자가 포함된 청년유니온을 노조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고용부나 서울시가 구직 중인 자와 실업 중인 자를 포함한 노조의 설립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라. 그리고 오늘자 기사를 검색해보라. 일하고자 하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합법적으로 내겠다는데 왜 방해하는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책상머리에 앉아서 청년을 위한답시고 청년이 아닌 사람들끼리 모여서 탁상공론할 것이 아니라 일하고자 하는 청년들, 일하는 청년들의 노조를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제 다시 처음에 이야기했던 올해 화이트데이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올해 화이트데이는 청년유니온에게 특별했다. 서울시장이 '서울 청년유니온'에게 노조설립 신고필증을 발급해 줬기 때문이다. 매우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지역노조이긴 해도 청년유니온이 법내 노조가 된 것은 최악의 실업난과 구직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가뭄에 단비같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청년유니온이 각 지역마다 설립되고, 전국노조가 될 일도 멀지 않았다.
정병욱 변호사
■ "구직자도 노동자인가, 판례들 엇갈려 교섭상대 없는데 노조설립 모순 아닌가"
사용자와 고용관계가 없는 청년 구직자들이 대거 가입한 '서울청년유니온'이 최근 서울시로부터 노조 설립인가증을 받아 노조로서 출범했다. 그 모체가 된 청년유니온은 2010년 3월 제출한 노조설립신고가 반려되자 서울행정법원에 반려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 확정됐다.
그후 청년유니온은 위 판결의 법리를 근거로 노조원 2명으로 결성된 '청년유니온 14'를 결성한 후 서울시가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하자 다시 서울행정법원에 반려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서울청년유니온'은 행정법원의 1심 판결에 따라 서울시에 노조설립신고를 했고 서울시는 1심을 근거로 설립인가증을 교부해 '서울청년유니온'이 출범하게 된 것이다.
구직자를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청년유니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노동관계법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재편과도 관련되어 있으므로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실제 청년유니온과 같은 노조 설립의 적법성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청년유니온 14'에 대한 고등법원 및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봐야 할 것이다. 실제 이 문제는 김대중 및 노무현 정부 시절 3차에 걸쳐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해 장기간 논의했으나 입법적 해결을 하지 못할 정도로 난제였다.
현재 대법원 판례상으로도 적법성 여부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 2004년 서울여성노조 대법원 판결은 구직자 및 일시적 실업자도 '헌법상 노동3권 보장의 필요성이 있는 한' 고용종속관계가 없어도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고, 서울청년유니온 출범의 계기가 된 서울행정법원 판결도 이를 원용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영일만신항 항운노조 사건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조법상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특정한 사업주에게 고용되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자'라고 하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와 통일적 해석을 시도하던 종전 견해를 폐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상반되는 듯한 대법원 판결에 비춰 보면, 서울여성노조 사건 판결의 취지를 획일적으로 해석해 구직자 또는 실업자가 주축이 되거나 대거 가입된 노조가 허용된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상황은 아니다.
헌법 규정이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노동3권은 단체교섭을 통한 협약자치를 목적으로 하며, 이를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구직자 또는 실업자가 주축이 된 노조가 인정된다면 과연 누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청년유니온은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영자총협회, 프랜차이즈업계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용자단체가 서울청년유니온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되기 어렵고, 프랜차이즈업계는 이미 노조가 있어 그 전망은 회의적이다.
현행법상 설립인가증을 받은 노조에게는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자동적으로 부여되며, 민ㆍ형사상 면책, 조세 면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등 다양한 법적 혜택이 주어져 사용자에 대한 교섭력을 높이고 대등교섭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청년유니온을 노조로 인정하게 되면 실업자들이 주축이 된 각종 사회단체들도 노조로 전환이 가능하게 되고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결과가 되는데, 이것이 법리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적절한가는 심히 의문이다. 헌법 제33조의 단체교섭권은 헌법 제21조의 결사의 자유와 본질적으로 다르며 원칙적으로 고용관계 등이 없는 구직자는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없고 헌법상 결사의 자유에 의한 일반 결사체를 통해 활동하는 것이 타당하다.
IMF 경제위기 이후 실업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자구책을 강구하고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상황도 공감하고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방관한 정치권이나 기성 세대가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 또 청년유니온이 30분내 피자배달제나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문제 이슈를 제기해 이를 해결하는데 공헌한 바도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 같은 법률상 문제점과 단체교섭의 난점, 청년유니온이 인정하듯이 그들의 주안점이 최저임금, 실업급여의 효율적 운영 등의 정책적인 문제인 점 등을 감안한다면 개별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노조가 아니라 노동정책 개선을 위한 일반 결사체로서 활동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차기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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