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루즈의 유대인 학교 총격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의 반유대주의 범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4명의 유대인 희생자를 낸 이번 사건은 1980년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파리의 유대인 교회 오토바이 폭탄테러와 82년 6명이 숨진 파리의 유대인식당 총기 난사 사건 이후 프랑스 내 최악의 반유대주의 범죄다.
피에르 코헨 툴루즈 시장은 "최근 발생한 잇단 총격사건은 반유대주의를 지향하는 인종주의자의 소행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19일 밝혔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이 11, 12일 발생한 군인 총격사건과 수법이 유사해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숨진 군인들이 북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연안 출신의 소수민족과 무슬림으로 확인돼 인종주의적 성향이 짙은 범죄로 보고 있다.
BBC 방송은 프랑스 내 총격사건이 아프가니스탄에 배치한 프랑스군에 대한 반감을 품은 이슬람주의자들의 보복행위일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내 반유대주의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중세에는 기독교가 확산되자 종교적인 이유로 유대인을 탄압했다. 프랑스에서는 1894년 드레퓌스 사건(유대인 군인 드레퓌스에게 억지로 간첩죄를 적용해 처벌한 사건) 등이 사회적 파문을 불렀다. 유럽 전역에 확산된 반유대주의는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정점에 이르렀다. 독일 내 유대인들은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프랑스로 이주했다. 현재 프랑스 내 유대인은 50만여명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에 이어 세계 세번째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외조부도 유대인이다. 이번 총격 사건이 발생한 툴루즈는 파리와 리옹, 마르세유 등과 함께 프랑스의 대표적인 유대인 밀집지역으로 유대인 1만5,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부아즈 가스토 툴루즈 유대인 대표는 "툴루즈의 유대인은 지역사회와 잘 융합돼 있어 큰 문제가 없었다"라며 "이번 총격사건으로 유대인들이 공포에 빠졌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프랑스의 반유대주의 범죄는 수그러드는 추세였다. 지난주 프랑스 유대인 단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반유대주의 범죄는 총 389건으로 전년(466건)보다 77건이나 줄었다.
이번 총격사건으로 프랑스에서 반유대주의 공포가 확산되자 사르코지 대통령은 1990년 테러경보시스템 도입 이후 처음으로 황색테러 경보를 발령하는 등 용의자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롯한 대선 후보들은 이날 모두 선거 캠페인을 중단하고 희생자에 애도를 표한 뒤 반유대주의 범죄를 규탄했다. 프랑스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유족의 뜻에 따라 희생자 시신이 이스라엘로 옮겨져 장례식이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