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이제 총리실과 청와대의 몇몇 관련자에 대한 증거 인멸 및 은폐 의혹 수준을 넘었다.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의 폭로는 매일매일 경악할 수준이다. 그가 입막음 조로 받았다는 돈은 이미 1억 원을 훌쩍 넘었고, 형량 축소 등을 미끼로 5억~10억 원을 추가 제안 받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그에게 실제 건네진 돈 중 9,000만원은 고용노동부와 국세청 관계자가 만들어 주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정도면 총리실과 청와대에다 정부 부처들까지 대거 개입한 초유의 대형 권력형 비리게이트다.
우리는 당초 총리실의 민간인 김종익씨에 대한 불법사찰 건에만 주목, 그와 관련한 총리실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은폐의혹을 철저히 밝히도록 촉구해왔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장 전 주무관 등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사건 무마를 위해 제공된 금품 액수가 너무 많고, 더욱이 민간인 김씨 사찰 건에 한정해 보기엔 정부 차원의 개입 폭 또한 지나치게 크다. 같은 맥락에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의혹의 중심에 선 최종석 전 고용노동비서관을 통해 재판 중인 피고인들에게 전달했다는 금일봉, 총리실 윤리지원관실의 청와대 상납 주장도 대단히 이례적이다.
자연스럽게 검찰 압수수색에 앞서 총리실이 철저하게 파기한 지원관실 컴퓨터에 2008년부터 2년간의 활동내역이 담겨 있던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사건을 전후해 여당 중진의원들까지도 사찰 의혹을 제기, 권력투쟁 얘기가 무성했고 실제로 2년 전 수사에서 압수된 지원관실 자료에선 관료와 노동계, 언론계 인사들의 동향을 담은 메모가 발견됐다. 불법사찰이 상시 전방위로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정황들이다.
사건은 이미 권부의 핵심으로 불이 옮겨 붙었다. 증거 인멸 등 범죄를 공모 실행한 의심을 받고 있는 검찰의 일개 부서에 맡겨둘 일도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과하고 결연한 진실규명 의지를 보이는 한편, 특별검사 등 신뢰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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