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도 눈물은 있었습니다.”
검찰의 ‘따뜻한 법’ 집행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40대 가장과 어린 딸의 생이별을 막았다.
별다른 수입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던 김모(45)씨. 그의 곁에는 항상 자신의 전부를 줘도 아깝지 않을 딸(9)이 함께 했다. 4년 전 자영업을 하던 김씨는 공황장애를 앓게 되면서 불어난 빚더미에 가게와 집까지 모두 날려버렸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부인은 남편과 딸을 버리고 가출했다. 김씨는 찜질방을 전전하면서도 딸을 위해 어렵게 여러 차례 일자리를 구했지만 공황장애로 얼마 못돼 일을 그만둬야 했다. 그러던 2010년 11월 김씨는 종업원으로 일하던 한 음식점에서 손님과 주차문제로 시비를 벌이던 중 홧김에 술병을 집어 던졌고, 파편에 차량이 부숴졌다. 출동한 경찰관 멱살까지 잡은 김씨에게 결국 법원은 재물손괴와 공무집행방해죄로 벌금 400만원을 확정했다.
딸과 하루살이마저 버거운 김씨에게 벌금 400만원은 꿈에서나 만질 수 있는 큰 돈이었다. 김씨가 당장 벌금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택할 수 있는 길은 노역뿐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혼자 남게 될 딸 걱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결국 지난해 6월 수원지검을 찾게 됐다.
김씨는 “일당 5만원을 벌기 위해선 노역장을 선택해야 하지만, 최소 80일간 혼자 남을 딸 걱정에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검찰 직원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수원지검 집행과 윤정희 수사관은 김씨의 벌금납부를 연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 윤 수사관은 우선 떠돌이 생활을 하는 김씨 부녀의 근본적인 생활고 문제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부에 구제방안을 문의했다. 하지만 집도 직장도 없이 딸과 근근이 생활하던 김씨가 받을 수 있는 정부의 복지혜택은 거의 없었다. 여기에다 학교를 가고 싶어하는 딸의 입학을 위해 지인이 살고 있는 수원의 한 오피스텔로 주민등록을 옮긴 것이 정부 지원을 받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보건복지부는 윤 수사관의 집요한 설득과 노력 끝에 수원시를 통해 긴급지원비 51만5,000원과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주거비와 생활지원비 등으로 5차례에 걸쳐 모두 420여만원을 김씨 부녀에게 지원했다. 수원시는 또 올해 1월 김씨 부녀를 무한돌봄 지원대상자로 선정해 생계비뿐 아니라 주거ㆍ의료ㆍ교육비, 사회복지시설 이용료까지 지원 받게 해줬다. 수원지검도 13일 김씨의 벌금납부를 6개월 연기해주고, 이후에도 납부할 수 없을 경우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선처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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