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의 불안으로 고공행진 중인 국제 유가를 잡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증산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가 지난 30년 동안 최대 규모인 일일 평균 98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폐쇄 유전을 재가동하고 신규 유전을 개발하는 한편 대미 수출 물량을 늘리는 등 유가 안정을 위한 복합 조치에 나섰다고 20일 보도했다. 현재 배럴당 125달러 선에 거래되는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을 100달러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신문에 따르면 사우디에 있는 세계 최대 원유 수송항 라스 타누라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많은 수의 대형 유조선들이 원유를 가득 싣고 조만간 미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자회사 벨라도 미국으로 원유를 수송하기 위해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을 11척 이미 용선했다. 투자은행 달만로스의 해운전문가 오마르 노크타는 "사우디가 이 같은 규모로 유가 조정에 개입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밖에 30년 전 가동을 중단한 담만 유전을 재가동하고 신규 유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유산업정보업체 베이커휴즈는 1월 기준 사우디의 원유 시추구가 전년 대비 30% 늘어난 77개라고 전했다.
사우디는 이 같은 유가 안정 움직임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FT는 사우디가 최근 "유가 100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점을 들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걸프협력기구(GCC)의 석유장관회담에서 관련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디 증산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할 사람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오바마 대통령은19일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84달러로 치솟으면서 공화당 경선주자들로부터 맹공을 받았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가 이날 주례 각의 후 성명에서 "유가를 공정한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독자적으로 움직이겠다"고 발표하면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보다 0.16달러 하락한 125.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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