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봤는데요, 머리를 정리하셔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천재들이 왜 머리를 기르는지 알아내기 위해 연구하는 중이란다."
머리를 깎아보라는 여섯 살 어린이의 편지에 노(老) 물리학자는 익살스러운 이유를 들어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헝클어진 머리를 고집했다.
인류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개인 서신과 연구노트 등 평생 남긴 모든 문서가 사후 57년만에 처음으로 온라인에 공개된다.
19일 AP통신에 따르면, 아인슈타인 문서를 소장한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은 1921년까지 그가 작성한 문서 2,000건(7,000쪽)을 이날 공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소장 문서 전체를 온라인에 등록하기로 했다. 아인슈타인이 남긴 문서가 모두 공개됨에 따라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아인슈타인의 사생활이나 연구 과정 등이 상세히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 목록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아인슈타인의 개인 서신이 상당수 포함됐다. 아픈 어머니에게 보낸 엽서, 애인에게 보낸 편지 등이다. 독일계 유대인인 아인슈타인이 처음으로 유대인 정체성을 깨닫는 과정을 설명한 편지도 처음 공개됐다. 아인슈타인은 1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에 가서 모금 활동을 하면 조국 독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동료 과학자에게 편지를 보내 "나는 세계주의자이지만, 핍박당하는 내 민족(유대인)을 위해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개인 서신을 통해 아인슈타인이 비핵화, 흑인 인권, 중동분쟁 등 과학 이외 분야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 문건도 대거 빛을 보게 됐다. 히브리 대학이 소장한 아인슈타인의 연구노트 14권에는 상대성 이론에 대한 설명과 E=mc2(에너지는 질량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값) 공식을 요약한 내용이 들어 있다.
히브리 대학은 향후 아인슈타인의 학생 시절 성적표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학 관계자는 "아인슈타인의 학교 성적이 부진했다는 오해도 바로잡히게 될 것"이라며 성적표의 내용을 암시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