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나쁜 남자처럼 보여요? 여자들 눈에 정말 나쁜 남자로 보여야 하는데…."
여전히 대중에겐 꽃미남 가수 이미지가 강한 그는 만나자마자 '나쁜 남자' 타령이었다. 4월 5일부터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파리의 연인'에 출연하는 가수 겸 배우 이지훈(33). 그는 원작인 동명의 TV드라마(2004)에서 박신양이 연기한 사업가 한기주 역을 맡았다. 이미지 변신이 꽤나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15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내가 진짜 잘할 수 있는 역할"이라며 즐거워했다.
"한기주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역할이죠. 1막에서 나쁜 남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야 태영과의 절절한 로맨스가 살아날 수 있어요. 그냥 평소 제 모습을 잘 살리면 되지 않을까요?(웃음)"
대답에서 6년차 뮤지컬 배우로서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2006년 '알타보이즈'로 시작해 '내 마음의 풍금' '쓰릴 미' '삼총사' 등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아온 그는 올 초 '에비타'의 체 게바라 역을 통해 배우로서 훌쩍 성장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에비타'를 통해 크게 자랐다고 믿는다"고 했다. "처음 연출 선생님을 만났을 때는 '그간 많은 뮤지컬에 출연했는데 왜 실력이 그 정도냐'는 독설을 듣기도 했는데 그 덕에 무대에서 노는 법을 배웠어요. 독이 득이 됐죠."
운동 선수를 꿈꿨던 그는 "별 생각 없이 외모 덕분에" 연예계에 데뷔해 활동한 20대 시기를 "얼굴만 믿고 까불던" 때로 기억한다. 그래서 그런 과거와 비교해 비로소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게 된 지금에 무척 만족하고 있다. "인기를 이용해 친구들과 여자나 만나며 놀았던 옛날처럼 계속 살았다면 저는 벌써 대중의 기억에서 지워졌겠죠."
그는 막연히 큰 꿈을 품기보다 현실과 자신의 그릇을 잘 아는 현실주의자다. 바쁘게 활동하는 것도 그래서다. 현재 일일 드라마에도 출연 중인 그는 '파리의 연인' 이후 출연할 뮤지컬도 벌써 몇 편 골라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지인들이 무슨 일확천금을 노리고 다작을 하느냐고 농치기도 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출연 제안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또 어떤 무대든 내 것으로 만들 요소는 분명히 있을 테고."
특히 '파리의 연인'은 한기주 역을 번갈아 맡는 배우 정상윤과 함께 드라마와 차별화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건 사실 여자 주인공 태영이 아닌 기주의 신데렐라 스토리예요. 태영은 기주를 만난 후에도 기존 삶의 방식에 큰 변화가 없죠. 고리타분했던 한 남자가 사랑을 찾고 가족을 되찾아 가는 이야기지요."
시청률 50%를 넘긴 원작 드라마의 '박신양표 한기주'와 비교될 것이 부담되지는 않은지도 궁금했다. "왜 없겠어요.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해야죠. 공연 앞두고 드라마를 다시 보니 박신양씨의 묵직하고 강인한 미소가 돋보이더군요. 하지만 제게는 사랑스러운 미소가 있잖아요, 하하." 역시 아이돌 1세대 스타의 끼는 감출 수 없는 모양이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최다인 인턴기자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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