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인의 부음을 전해 들었다. 한두 달 전 어떤 일로 통화를 했을 때만 해도 쌩쌩한 목소리였는데 그새 병든 몸을 감추고 있던 건가. 이래저래 물으니 심장마비란다. 많은 이들이 희망찬 내일을 고대하며 단꿈을 꾸는 시간 새벽 5시, 그는 그리도 허망하게 떠났구나.
그때 난 화이트 와인 한 병을 혼자 따 마시며 삶이 버겁네, 지쳤네, 죽고 싶네, 철없이 엄살을 떨어대는 중이었으니 오만방자하게 방정 떤 내 입을 어쩔거나. 65년생, 사십 대 중반의 시인이자 출판사 사장으로 한창 바쁠 그가 남기고 간 시집이나 속절없이 꺼내 읽는데 사진 속 그가 야속케도 참 젊다.
호랑이가 귀해진 시대이니 죽어 가죽을 남길는지는 모르겠으나 가난한 시인이 죽어 남길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시밖에 없으므로 매 편마다 최선을 다해야겠구나, 결심하게 되는 바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왜 그리도 삼선짬뽕이 먹고 싶었던 걸까. 결국 단골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배달 음식을 시켰다. "면은 거의 덜어내고요, 해물을 아주 듬뿍 넣어주세요."
덤덤한 척했으나 두근두근 중국집 배달원을 설레며 기다리는 마음의 모양새라니. 슬픔도 먹어가며 키우는 감정이라 애써 자위하며 국물 한 모금 떠 마시는데 구럼비 발파에 항의하는 마음으로 릴레이 단식에 들어간다는 김선우 시인의 메시지를 보았다. 미약하나마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어서라니, 그럼 저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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