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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교육개혁 이끈 아호 前국가교육청장, 서울교육청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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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교육개혁 이끈 아호 前국가교육청장, 서울교육청 방문

입력
2012.03.1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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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는 있으나 등수는 없는 나라' '낙오자 없는 교육'으로 유명한 국가 핀란드. 하지만 학업성취도 국제학력평가(PISA)에서는 2003년, 2006년 1위를 차지하면서 '경쟁 없이 세계 최고 경쟁력을 키운 국가'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학생이나 학교를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으면서도 뒤처지는 학교와 뒤처지는 학생에게 더 많이 지원해, 학생·학교 간 학력격차가 가장 낮은 나라로 알려져 많은 국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핀란드를 교육강국으로 거듭나게 한 교육개혁의 주인공인 에르끼 아호(75) 전 국가교육청장(정부 지방자치단체 학교의 교육정책 집행을 총괄하는 자리)은 1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평등 교육이 핀란드 교육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아호 전 청장은 1973년부터 1991년까지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통합한 9년제 종합학교, 수준별 교육 폐지, 교사 연수 등 핀란드 교육개혁을 주도했다. 이러한 개혁조치를 통해 대학진학·직업교육 선택의 시기를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늦추고, 등수를 매기지 않는 교실을 만들었다. 그는 "아이들은 각자 나름의 재능이 있으며 이를 키우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에서의 일문일답.

아호 전 청장은 21세기교육연구원 등의 초청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 22일까지 4일 간 서울시교육청 서울시청 경기도교육청 등을 방문한 뒤 23일 출국한다. 21일 오후 5시에는 조계사 문화예술공연장에서 교사와 시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핀란드의 교육개혁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나'를 주제로 공개강연을 한다.

-한국 교육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나.

"핀란드에서 한국 교육에 대한 이미지는 좋다.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PISA에서 힌국과 핀란드가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핀란드 학생과 달리 한국 학생들의 자발성, 지적 흥미성은 바닥권이다.

"물론 시험결과가 다는 아니다. 시험은 시험일 뿐이다. 학교는 시험 잘 보는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윤리적인 인간, 민주사회의 훌륭한 시민을 키워내는 것도 학교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런 면에서 핀란드 교육이 성장했다고 본다."

-20년간 핀란드 교육개혁을 실행하면서 바탕에 둔 기본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교육개혁을 통해 9년 과정의 종합학교(초등교육 및 기초중등교육 통합)를 만들었다. 이때 중시한 것이 지역. 부모 직업, 빈부, 지적 수준에 상관 없이 모든 학생들을 같은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학생 개인이 배울 수 있는 능력에 한계나 상한선을 둬선 안 된다. 어떤 아이는 잘 배울 수 있고, 어떤 아이는 그렇지 않다는 기준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철학이 개혁의 바탕이 됐다."

-반대나 비판은 없었나.

"물론 있었다. 수학, 과학 등에서 재능 있는 아이들을 최대한 일찍 뽑아 따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꼭 수학 과학 공부를 잘 하는 것만이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학생 개인마다 다양한 재능이 있고, 스스로 재능을 찾도록 학교가 도와줘야 한다. 혁신은 비슷한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섞여 있을 때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부류의 학생이 같은 교실에서 어울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한국에서 영어 수학 등 일부 과목에서 수준별 수업을 하는데 핀란드는 어떤가.

"9년제 종합학교 설립은 전국에서 동시에 이뤄진 게 아니라 5~10년의 시간을 두고 지역별로 행해졌다. 그 과도기에 일부 지역에서 수준별 수업을 했는데, 종합학교에서 더 나은 결과가 나와 이후에 수준별 수업을 없앴다. 물론 교사들에겐 큰 도전이었다. 모든 아이들에게 맞춰 지도하려면 교사의 교육이 달라져야 했기 때문이다. 종합학교로의 개혁과 맞물려 교사개혁도 이뤄졌다."

-그럼 9년제 종합학교에선 수월성교육(엘리트교육)은 불가능한가.

"한국인들이 많이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가 핀란드에는 시험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평가는 있지만 비교를 안 할 뿐이다. 종합학교 과정 동안 학교 외부의 평가는 없다. 학교 안에서 교사들이 수시로 평가한다. 다만 누가 1등, 2등 하는 식의 비교를 하지 않는다. 교사들은 교육과정의 목표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도달 못한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의 문제를 살피고 목표까지 끌어 올려 준다. 그렇다고 잘 하는 아이를 방치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잘 하는 아이에게 심화되고 도전적인 과제를 제시한다. 학교 안에서 강의가 아닌 개별화된 학습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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