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부모의 행동과 태도는 물론 부모들이 주고받는 감정들까지 느끼면서 스펀지처럼 흡수해 배우고 닮아간다. 특히 엄마와 아빠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보이는 부모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학생들이 자라서 갈등에 대처하는 태도와 방법으로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부모가 감정과 갈등을 잘 해결해 가는 일은 어떤 교육보다 좋은 자녀 교육이다. 다음 작은 갈등사례를 통해 해법을 찾아보자.
# 주말 오후 낮 시간 동안에 외출을 하고 돌아와 부모는 둘 다 지쳐 있었다. 잠시 눈을 붙이며 쉬다 보니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이다. 먼저 잠에서 깨어나 아내가 일어나길 기다리던 남편이 아내를 흔들어 깨웠다.
남편: 나 너무 배고프다. 어서 일어나라. 우리 저녁 먹으러 나가자. 집에 먹을 것도 마땅하게 없으니까 집 앞 식당 가서 아귀찜 먹자!
아내: (몽롱한 상태로)어, 벌써 저녁시간이야? 난 배가 전혀 안 고픈데…. 입맛도 없고….
남편: 그래도 요기는 해야지. 어서 일어나.
# 10분 후, 남편이 TV를 보고 있는 거실로 나간 아내가 힘들게 소파에 누웠다.
아내: 나 지금 당장은 식사 못하겠어. 머리가 계속 아파, 속도 안 좋고.
남편: (TV를 응시하며 무심한 말투로)엄살은…
아내: (답답해서 한숨을 내쉬며)휴우.
남편: (침묵하다 TV에서 좋아하던 노래가 나오자 흥얼거린다) 랄랄라~
아내: (냉랭하고 짜증나는 말투로)좀 조용히 해 줄래!
남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현관문을 나서며 냉정한 목소리로)나 밥 먹으러 간다.
통 선생 코멘트
아내는 남편이 식사보다 자신의 아픈 상태를 더 살펴주기를 바랬고, 남편은 자신이 아내와 함께 밥을 먹기 위해서 배고픔을 참고 있다는 걸 알아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각자 채워지지 않은 자신의 욕구와 감정만 크게 느껴질 뿐, 상대의 마음에 눈을 돌리고 살펴줄 여유가 없다. 그래서 모두가 자신의 상황만 이해받으려는 말을 되풀이 하게 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서운함과 미움, 원망, 화까지 치밀어 올라 큰 싸움이 되고 만다.
비유하자면 내 술잔에 든 술을 비우려고 상대 술잔에 붓는 셈인데, 상대의 술잔에 여유가 없어지면 술은 흘러 넘쳐 바닥은 엉망이 되고 만다. 만약 상대의 잔에 내 술을 붓고 싶다면, 먼저 상대의 잔이 비워져야 한다. 상대의 잔이 비도록 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렇게 해보세요!
불편한 감정이 생기면 우선 자신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의 감정을 헤아려 상대방 마음에 여유가 생기도록 해보자. 이렇게 생긴 상대의 빈 공간만큼 내 술도 따를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는 것. 내 마음을 잠시 내려놓기 위해 제 3자에게 나의 불편한 심정을 털어놓는 것도 좋다.
아내: 당신은 배가 고파 힘이 드는데, 내가 아프다며 빨리 움직여주질 않으니 얼마나 답답했겠어. 미안해. 다른 남편들 같았으면 밥 안 차린다고 타박했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고마워요.
남편: 고맙기는.
아내: 그런데 난 좀 서운했어. 엄살이라고 하니까.
남편: 그랬어? 미안. 난 자다 깬 게 짜증스러워서 그러나 싶었거든. 그럼 내가 나가서 죽이라도 사올까?
김창오 통선생(www. tongsaem.net) 대표ㆍ울산 신일중 교사 kgoh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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