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암 투병 중입니다. 쿠바에서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답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둬 암 투병 사실을 숨기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말 트위터에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암 투병 소식이 올랐다. 트위터를 올린 사람은 언론인 넬슨 보카란다(66ㆍ사진). 논란이 확산되자 차베스는 TV에 나와 암 투병 사실을 시인했다.
지난달 20일 보카란다는 차베스를 한번 더 대중 앞에 세웠다. 보카란다가 "차베스 대통령의 암이 재발했다. 쿠바에서 재수술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라디오에서 밝히자 다음날 차베스가 이 내용을 그대로 확인한 것이다. 이 일로 보카란다는 베네수엘라의 '비공식 정보국장'이란 별명을 얻으며 대중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9일 보도했다.
보카란다는 웹사이트와 트위터, 라디오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기성정치권, 특히 차베스와 관련한 폭로와 풍자를 쏟아내 베네수엘라판 '나는 꼼수다'(나꼼수)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정부 여당은 그의 폭로가 차베스의 4선을 막기 위한 음모라고 반박했지만, 차베스 정권과 친 정부 언론에 염증을 느낀 젊은 세대에게는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보카란다의 트위터 팔로워는 지난해 8만명에서 최근 57만명으로 급증했다.
보카란다의 인기는 정부의 언론통제와 소통부족이 낳은 결과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한 정치분석가는 "사회 내 정보가 없는 진공상태에서는 음모론이나 비공식적인 채널의 정보가 더 설득력을 얻는다"고 말했다. 셀리아 페르난데스는 "대통령의 정보는 사생활 차원이 아니며,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베스의 정확한 병명은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국가 기밀이다.
건강 악화로 대선 행보에 적신호가 켜진 차베스는 쿠바에서 2차 암 수술을 받고 17일 귀국해 "암이 차베스를 이길 수 없다"며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젊고 유연한 이미지의 엔리케 카프릴레스 미란다주 주지사가 대항마로 떠오르면서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차베스는 1999년 당선된 이후 13년째 집권하고 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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