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논란 끝에 바다로 돌아가는 서울대공원 돌고래 '제돌이'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동물이 있다. 서울 청계천에서 꽃마차를 끄는 말들이다.
또래 말 7마리와 함께 격일로 청계천에서 마차를 끄는 갑돌이는 올해 9세. 사람 나이로 치면 15~20세 정도.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주말엔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9시간, 평일엔 오후 4시부터 5시간 정도 손님들을 맞는다. 마차에는 마부를 포함해 5명이 타고 여기에 마차 틀(400~500㎏) 무게까지 합치면 갑돌이는 800㎏이상 나가는 마차를 끌고 아스팔트를 달린다.
동물 보호 시민단체들은 그 동안 청계천 마차에 대해 동물학대가 아니냐는 주장을 해 왔다. 심샛별 동물자유연대 국장은 19일 "지난해 11월쯤 '청계천 모전교 인근에서 마차를 끌던 말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제보가 들어오기도 했다"며 "말은 빛이나 소음에 민감한 동물인데 딱딱한 아스팔트를 무거운 마차를 끌고 쉴 새 없이 다니는 건 동물 학대"라고 지적했다.
청계천 말들은 마차를 끌고 모전교에서 출발해 종각역을 거쳐 다시 모전교까지 1.5㎞ 구간을 5분여에 걸쳐 오간다. 하루 평균 20차례 왕복하니 30㎞를 뛰는 셈이다. 모전교를 지나 종각역을 향할 때면 차들과 함께 달려야 한다. 저녁이면 거리의 불빛을 받으며 달려야 할 때도 있다.
반면 마부 김모(24)씨는 "말은 어차피 달리려는 속성이 있는 동물이다. 아스팔트 도로를 뛴다고 해도 말 편자만 한 달에 한 번씩 갈아주면 문제 없다. 역마로 쓰기 전에 충분한 훈련 과정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의 입장도 엇갈린다. 권승주 서라벌대 마사과 교수는 "말이 소리에 민감한 건 사실이지만 훈련을 하기 나름이다. 휴식만 보장된다면 학대라고까지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정승헌 건국대 동물생산환경학과 교수는 "말은 겁이 많아 시내 같은 복잡한 환경에선 피로가 쌓여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지니 공원이나 뚝섬 등 흙밭으로 된 곳에 말과 사람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는 게 어떻겠냐"고 주문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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