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포상과 승진 등 각종 '당근'을 제시하며 직원들의 실적 쌓기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은행은 노력한 만큼 되돌려 받는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취지라고 주장하지만 또 다시 '자폭통장'(성과에 쫓긴 은행직원이 자신이나 친지명의로 개설해 자기 돈을 예치하는 통장)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NH농협은행은 7일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나는 뱅커(banker)다' 경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6월 말까지 4개월 간 적립식예금 좌수, 신규고객유치, 가계여신, 신용카드 신규발급 회원 수, 채움사이버 예ㆍ적금 추진건수 등 8개 항목의 실적을 평가해 우수 직원과 영업점에 시상하는 성과 프로그램이다. 농협은행 측은 "단지 개인별 영업실적을 높이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고객한테 꼭 맞는 상품을 권유하는 전문 금융인을 선정하자는 의미"라며 "총 상금은 4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이달부터 영업이익 목표치를 초과한 점포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특별포상제를 시행 중이다. 본사가 대출, 예금 유치 등에서 벌어들여야 할 영업이익을 지점별로 할당해 준 뒤 분기별로 평가해 초과이익의 3%를 해당 점포에 나누어 주는 식이다. 예컨대 A지점의 영업이익 목표액이 1억원인데 3개월 만에 1억5,000만원이나 벌어들였다면 5,000만원의 3%인 150만원은 A지점의 몫으로 돌려주는 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능력이 뛰어난 직원을 대우해 주자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제도"라며 "전체 포상금액은 30억원으로 한 점포당 최고 1억원까지 탈수 있는데 첫 평가 및 지급은 6월 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주부터 여신과 수신 분야 신상품 공모전을 펼치고 있다. 기발한 상품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겐 상금과 은행장 표창, 진급 시 가점 혜택이 돌아갈 예정이다. 그간 소홀했던 개인금융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예금 유치 경쟁이 촉발되자 내부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금유치 경쟁 과열로 자폭통장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나서 제동을 걸었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다시 실적 경쟁바람이 되살아났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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