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65) 하이마트 회장 일가의 역외탈세 및 불법증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19일 선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선 회장을 금주 중 한 차례 더 소환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사법처리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선 회장을 상대로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친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조세피난처인 네덜란드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자녀들에게 수백억원대의 회사 지분과 재산을 변칙 증여했다는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는 2005년 네덜란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코리아CE홀딩스를 통해 하이마트 지분 100%를 사들였다가 2007년 말 유진그룹에 되팔았다.
선 회장은 이 과정에서 AEP에 자신의 지분 13.97%를 전량 매각했으나, 유진그룹 인수 후 다시 17.37%의 지분을 사들였고, 지난해에는 아들 현석(37)씨도 3%대의 지분을 확보했다. 검찰은 선 회장이 유진그룹 유경선(57) 회장과 경영권 유지 및 지분관계에 유리한 쪽으로 이면약정을 맺은 사실도 확인, 유 회장으로부터 불법적인 대가를 제공받았는지도 캐물었다.
검찰은 또 선 회장이 아들 현석씨 명의로 사들인 미국 베벌리힐스 소재 고급빌라의 구입자금 출처와 납품업체들로부터 각종 리베이트를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등도 조사했다.
한편 검찰은 당초 선 회장이 1,000억원대의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정황이 있다는 첩보를 금융당국에서 받아 수사를 진행해 왔으나, 국외재산도피죄는 적용이 어렵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상 국외재산도피죄는 재산을 해외로 유출하는 것을 넘어 어딘가에 은닉을 해야만 성립하는 범죄"라고 설명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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