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극비리에 자기 측 변호사를 상대방 본사에 파견시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 법원에서 기업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치열한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두 회사가 '적진'에 변호사들을 체류시키면서 상대방 엔지니어들과 의견까지 교류했던 것이다.
양 사의 특허전선에 중대 변화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삼성전자 소속 변호사는 미국의 애플 본사에, 애플측 변호사는 서울 삼성전자 사옥에 각각 머물면서, 특허 관련 쟁점들을 직접 체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지난 2월부터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 소속 엔지니어들이 서초동 사옥에서 애플측 변호사에게 현재 양사가 맞서 있는 3세대(3G) 통신기술과 이용자사용환경(UI) 관련 기술특허를 직접 설명했다"며 "같은 시기에 삼성전자측 변호사도 미국 애플 본사에서 똑같은 쟁점에 대해 애플의 연구원들로부터 브리핑을 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양 사가 가장 첨예하게 대결을 벌이고 있는 특허쟁점이 3G 통신기술(삼성전자)과 UI(애플)인 점을 감안하면, 사소한 정보까지도 철저히 보안에 붙여야 하는 게 상식. 하지만 양측은 오히려 핵심기술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은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애플측 변호사 방문시점에 맞춰 2~3년 전에 미국에서 출시됐던 삼성전자 휴대폰 관련 정보까지 디자인센터에서 다시 취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선 양 사의 1년 가까이 끌어온 특허대전에 타협점을 찾기 위한 대화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법정에선 한치 양보 없는 공세를 펴면서도, 장외에선 변호사까지 보내 물밑협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 한 관계자는 "결국 어느 한쪽이 완승을 거두는 것은 힘든 것 아닌가. 실무자들 사이에선 로열티 협상을 전제로 한 접점 찾기는 결국 시기만 문제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현재 두 회사의 특허전쟁은 '승자 없는 싸움'으로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최대 분수령이었던 이달 초 독일 만하임 법원의 판결에서도 양쪽 모두 원고가 패소하는 결론이 나오면서, IT업계에선 "너무 소모적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특허전문가는 "분쟁이 너무 커지면서 법원도 한쪽 손을 들어주기 힘든 상황이 됐다. 새로운 기술개발 보다는 자기기술 보호로 승부를 걸겠다는 두 회사에 대해 법원도 비판적 시각으로 바뀐 것 같다"고 평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공식적으론 강경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대내외 분위기와 상관없이 우리는 공격적으로 나아간다는 데는 변함이 없고,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는 믿음도 굳건하다"고 전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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