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 제조업체에 다니는 박철호(54)씨는 내년이 정년이다. 집을 살 때 받은 대출 이자와 아이들 사교육비 부담 탓에 그간 모은 재산이라야 5억원이 채 안 된다. 경기 수원의 3억8,000만원짜리 아파트(전용 85㎡)와 선친이 물려준 강원 홍천의 토지(300㎡), 저축예금 4,000만원이 전 재산이다. 행복한 노후생활은커녕 당장 결혼을 앞둔 아들의 결혼자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지 고민이다. 결국 박씨는 수원 집을 팔아 근처 소형 전세로 옮기고 남은 돈으로 외식 프랜차이즈를 하기로 했다. "정년이 다가오니 밤에 잠이 잘 안 옵니다. 모아둔 돈은 없고, 노후 자금과 아이들 결혼비용 등 쓸 곳은 많고‥. 집을 팔아서 창업 하는 것 외에는 답이 안보이네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주택시장 출구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은퇴 시기를 맞아 창업 및 노후 자금 마련 등을 위해 가장 큰 자산인 주택 처분에 나서고 있는 것.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총 자산은 평균 3억4,000만원. 이 중 77%(2억6,000만원)가 부동산에 편중돼 있고 금융자산은 23%(8,000만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모아둔 돈이 적다 보니, 가장 큰 재산인 보유 주택을 노후 밑천 삼을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수년 간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보유율은 급락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연령대의 주택보유율은 2004년 63.3%에서 2009년 61.3%로 2.0%포인트 하락한 반면, 베이비붐 세대가 주축인 45~55세 주택보유율은 70.7%에서 62.8%로 7.9%포인트나 떨어졌다. 전체 하락률의 4배나 된다. 과거 40~50대는 주택 구매가 가장 활발한 소비층으로 1990년대, 2000년대 초반 부동산값 폭등의 주역이었지만, 지금 이 연령대를 맞은 베이비붐 세대는 주택시장에서 빠져 나오려는 '출구세대'가 된 것이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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