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데뷔한 새내기답지 않았다. 과감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비록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세계골프팬들에게 한국 남자골프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배상문(26ㆍ캘러웨이)이 PGA 투어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 아쉽게 연장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배상문은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 하버의 이니스브룩 골프장(파71ㆍ7,340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했다. 배상문은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짐 퓨릭, 로버트 개리거스(이상 미국)와 동타를 이뤄 18번홀(파4)에서 연장전 승부를 벌였지만 홀로 버디를 잡은 도널드에게 정상의 자리를 내줬다.
배상문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연장전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가장 먼저 티샷을 한 배상문은 드라이버로 281야드를 날려 공을 왼쪽 페어웨이에 안착시켰다. 반면 드라이버가 273야드에 그친 도널드는 오른쪽 러프에 빠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도널드는 157야드를 남겨두고 친 두 번째 샷을 홀컵 2m에 붙이면서 버디 기회를 잡았다. 배상문은 143야드에서 한 아이언 샷이 홀컵 주변에 떨어졌지만 운이 없게도 흘러내리는 바람에 5.7m 버디 퍼팅을 남겨두게 됐다.
배상문은 먼저 과감하게 버디를 노렸지만 공은 홀컵 옆으로 빠지면서 아쉽게 파 세이브. 경쟁자들이 파에 그친 모습을 본 도널드는 베테랑답게 침착하게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배상문은 비록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올해 출전한 8개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하며 PGA 무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올해 90만3,546달러(상금랭킹 18위)의 상금을 획득, 100만달러 돌파를 눈 앞에 뒀다. 이 대회 준우승으로 세계랭킹도 종전 43위에서 27위로 끌어올렸다.
배상문은 "마지막 홀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최고의 주말이었다. 샷과 퍼팅감이 돌아온 만큼 앞으로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번 대회 1~3라운드를 배상문과 함께 동반 플레이를 펼친 켄 듀크(미국)는 "배상문은 특별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도널드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2주 전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내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다시 되찾았다. PGA 투어 통산 5승째.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는 도널드는 "이번 우승은 메이저 우승으로 가는 또 다른 발걸음"이라며 다음달 5일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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