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은 2011년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각각 41만1,000명, 1.24명이라고 발표했다. 모두 2년 연속 상승한 수치라는 설명과 함께 정부가 노력한 출산장려정책의 효과라는 평가가 붙었다. 특히 첫째아와 셋째아 이상 출생아 수가 증가한 것은 2010년 혼인건수 증가와 다자녀 지원정책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합계출산율 1.24명은 전년 대비 0.01명 증가한 것으로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가'흑룡의 해'라고는 하지만 출산은 늘어도 2007년'황금돼지 해'수준(1.25명) 이상이 되긴 어려울 것이다. 특정 해에 출산이 집중되면 이듬해엔 바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 '황금돼지 해' 이후 출산율은 빠르게 감소해 2년 뒤에 1.15명을 기록했다. 결혼도 비슷하다. 쌍춘절(2006년) 황금돼지 해(2007년)에 급증했던 혼인이 이듬해 급감했다. 줄었던 결혼이 2010년 다시 회복하면서 지난해 출산율 증가에 영향을 줬지만, 올해 이후 혼인 건수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아 이상의 출생아 수가 2010년 이후 2년 연속 증가했다지만 둘째아 수는 오히려 큰 폭으로 감소해 앞으로 셋째아 출산도 지난해 수준을 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출산율은 여러 가지 이유로 변동한다. '00의 해'와 같은 문화적인 요인을 비롯,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적 요인, 양육ㆍ교육비, 여성의 가사ㆍ육아부담, 직장에서의 차별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요인들을 일시에 개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한 두 가지 요인에 대책을 집중한다고 해서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즉흥적인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이고도 균형 잡힌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우선 출산과 육아에 적지 않는 비용이 드는 만큼 자녀 수에 따른 고도화된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보육료(또는 수당)를 첫째아 기준으로 책정하고, 둘째부터 보육료의 금액을 출산순위에 따라 증액하되 그 폭을 늘리는 등 자녀가 늘 때마다 단계적으로 지원을 늘려야 한다. 출산과 보육 부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있어야 부부가 움직이고, 다자녀 가정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과 함께 결혼에 대한 국민의 인식, 특히 남성들의 인식 전환과 태도 변화도 필요하다. 200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상대적으로 결혼에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반면 여성은 부정적이었다.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답한 미혼 여성 비율이 16.9%에 불과했다. 결혼하면 그 날부터 가사를 전담해야 하고, 출산 이후에는 보육과 직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결혼 증가와 출산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사와 양육을 부부가 함께 한다는 인식과 실천이 중요하다. 양성 평등가치는 어렸을 때부터 형성되는 만큼 정부의 출산정책은 학교 교육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자녀 양육에 대한 공포를 걷어내야 출산율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다자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가히'공포' 수준이다. 수십년 동안 이어진 교육의 결과로 우리 사회에는 '자녀가 적어야 잘 산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나도 힘든데 둘을 어떻게 키우나' 하는 푸념도 같은 맥락이다. 어디 이 뿐인가. 성인이 된 자녀에 대해서도 지원을 해야 한다는 부모까지 있다. 부모들의 이 같은 가치가 바뀌지 않는 한 출산과 양육에 대한 공포는 계속되고, 재정지원 중심의 저출산 대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녀에 대한 과잉 투자 분위기를 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이유다.
서두르면 안 된다. 출산정책의 효과는 서서히 나타난다. 1972년부터 전 국민대상으로 보육수당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가족정책을 도입한 프랑스는 24년이 지난 1996년부터 출산율이 회복하기 시작해 이제는 다른 나라들도 부러워하는 출산율(지난해 2.01명)을 갖게 됐다.'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부의 제도개선과 재정지원도 중요하지만 한 두 해의 출산지표 변화에 일희일비 해 정책을 평가할 것이 아니다. 재정 지원과 함께 국민의 인식과 가치를 바꿀 수 있는 교육과 홍보 등 균형 잡힌 대책이 필요하다.
김태헌 한국교원대 인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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