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 중반전이 시작됐다. 공천경쟁으로 치러진 전반전은 양쪽 모두 실수를 연발했지만 대체로 새누리당이 약간 앞서는 걸로 평가하는 듯하다. 역시 새누리당이 주도한 현역교체를 통한 인적쇄신 바람이 먹혀 들었다고 해야 하겠다. 민주통합당도 공천 내용에서는 앞섰지만 발표 형식, 순서 등 '포장술'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포장술'이 바로 정치고 전략이라는 점까지도. 양당은 이제 공천전을 끝내고 이슈전에 뛰어들고 있다. 새누리당 쇄신파 의원들이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세비 10% 삭감 등 7대 과제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은 그 출발 신호다. 야권에서 어떤 대응 이슈가 나올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슈는 대중성이 큰 정책이다. 휘발성이 크고 찬반양론이 분명하기 때문에 한번 밀리면 걷잡을 수 없는 게 이슈싸움이다. 공천은 전반전에 못해도 후반전에 만회하면 되지만 이슈는 한번 밀리면 만회하기 어렵다. 한 선거에 그렇게 많은 이슈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 이슈로 정립된 것을 다른 이슈로 대체하는 것 또한 말처럼 쉽지 않다. 대중 속에 한번 각인되면 그걸 고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6ㆍ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이슈가 발휘한 위력을 생각해 보라.
야권은 정권 심판이슈와 FTA, 제주 해군기지 이슈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와 유력 대권 주자들이 따로 놀고 있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도 정책의 결이 다르다. 두 개 이상의 이슈가 상충되면 이슈간 잠식효과가 발동된다. 모든 선거 전문가들이 가급적 복수 이슈를 피하는 이유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빨리 갈피를 잡아야 한다. 정권심판론과 FTA, 제주 해군기지 투쟁 사이에서 스스로 혼선을 자초하는 것은 민주통합당 같은 대중 정당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실수다. 민주통합당의 혼조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정권 말기에 치러지는 선거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30%대를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야권이 정권 심판론을 굳이 들고 나오지 않더라도 국민들이 정권을 심판하려 드는 선거다. 그런 선거를 민주통합당이 애써 FTA 찬반 선거, 제주 해군기지 찬반선거로 몰아감으로써 외교, 안보 이슈를 부각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통합당은 이번 선거에 그토록 자신이 있는 것일까?
FTA와 제주 해군기지 이슈는 본질적으로 야권통합에 영향 받은 정치적 이슈다. 민주통합당이 아니라 통합진보당의 주장 때문에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슈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통합당은 좀 더 고민해야한다. 당면의 집권이 현실적 목표가 아닌 통합진보당의 주장을 올해 말 집권을 직접적 목표로 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받아들이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인지 또 선거 전략적으로 현명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새누리당의 이슈전략 또한 지금보다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먼저 포지티브 이슈를 제기하고 주도하지 못하면 결국에는 야권의 정권심판론 프레임에 갇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정권심판론 프레임에 갇히면 새누리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딱 한가지 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 그러나 새누리당은 역대 여당이 이런 식의 '막판 차별화', '밀려서 하는 차별화'로 선거에 이긴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어차피 할 차별화라면 밀려서 하는 것 보다 주동적으로 하는 것이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차별화하지 않고 선거를 이기는 것이다. 좀 더 포지티브한 이슈로.
새누리당은 김종인을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하면서 정책 쇄신을 추진했고 그 결과, '국민과의 10대 약속'이라는 새 정강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것들을 선거에 안 쓰고 어디다 쓰려 하는지 알 수 없다. 새누리당은 포지티브 이슈 파이팅을 할 자원과 소재를 이미 갖고 있다. 문제는 이것을 능동적으로 구현할 리더십과 전략이다. 선거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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