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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우수기업 선정 2달 후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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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우수기업 선정 2달 후 "정리해고"

입력
2012.03.1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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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에 이은 국내 3위 아웃도어 업체인 K2코리아가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에 선정된 지 2개월만에 사실상 정리해고를 통보해 논란이 되고 있다.

19일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과 K2코리아 측에 따르면 사측은 8일 신발생산 부서 직원 93명 전원에게 "타브랜드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한다. 5월 31일자 공장 폐업에 앞서 정리절차를 진행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정리해고 예고 통보를 했다. 93명 전원은 이를 거부하고 14일 전국화섬노조 K2코리아지회를 설립해 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교섭을 거부하고 "이달 30일 전에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12개월치 임금을 위로금으로 지급하겠지만, 신청하지 않으면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압박했다.

K2코리아는 1972년 설립된 한국특수제화를 모태로 한 토종브랜드다. 2000년대 중반 아웃도어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K2코리아도 급성장, 지난 10년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만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4,000억원을 돌파했고, 2010년에는 당기순이익만 400억원을 넘어섰다.

직원들이 정리해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를 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에도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하지만 K2코리아는 사측이 올해 매출액 목표치를 5,500억원으로 잡을 만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정리해고 예고 통보 이전에 직원들과 이에 대해 논의를 한 적도 없다.

K2코리아 신발공장에서 7년간 근무한 지영식(50)씨는 "사정이 어려워 회사를 나가라고 한다면 몰라도 승승장구하는 회사가 이윤만 따져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옮긴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K2코리아는 심지어 지난해 경기불황에도 신규 직원 74명을 채용, 1월 고용노동부의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물품 구매 적격심사 시 가점 부여, 세무조사 유예, 정기 근로감독 3년간 면제, 융자한도 우대 등 다양한 재정적ㆍ행정적 지원까지 받고 있다. 게다가 정리해고 예고 통보를 하기 전날인 7일에는 디자인 영업 마케팅 등의 부문에서 신입 및 경력사원 모집 공고를 내는 등 '긴박한 경영상 필요'로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기업이라고 보기는 힘든 정황이다.

그러나 K2코리아 측은 "현재 등산화 대부분을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국내 인력 감원을 피하기 위해 일부 공정을 국내에서 진행해왔다"며 "하지만 제품 공정이 여러 곳에 나뉘어 진행돼 생산력 저하, 품질경쟁력 약화 등 손실이 매년 증폭됐으며, 향후 신규 기술 개발 투자를 저해하는 등 운영상의 어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K2코리아는 당기순이익이나 영업실적 상으로 굉장히 우수한 사업장인 것은 맞다"며 "하지만 공장을 외국으로 옮겨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 더 포괄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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