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온 지 두 달 가량 된 조카 옆을 24시간 지키고 선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무비 카메라다. 물론 CCTV처럼 24시간 불 켠 눈은 아니다. 제 아빠가 일하다 말고 눈에 밟히는 제 새끼를 어쩌지 못해 집에 들이닥칠 때 비로소 돌아가기 시작하는 카메라니까.
어쨌거나 훗날에 내 조카 참 좋기도 하겠다. 자고 먹고 싸고 울고 했던 제 어린 날의 일상을 청년이 되고 중년이 되고 노인이 된 후에도 고스란히 공유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기적 아닌가. 가만, 이게 요즘 애들에겐 흔한 일이려나. 가끔 집에 들를 때면 내 어릴 적 앨범들을 두루 꺼내 넘겨보곤 한다.
3.9kg으로 태어난 내가 56.5kg으로 몸집을 부풀리기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이 계속 쌓였을 크고 작은 추억의 편린들. 그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 렌즈를 들이댔을 부모의 부지런함에 대해 생각하니 아이는 아무나 낳는 게 아니구나, 바짝 정신을 차리게도 되는 것이다. 지금은 한물갔다지만 가끔 싸이월드에 접속하곤 한다.
트윗이 팔로잉 수를 자랑할 수 있듯 싸이월드는 조회수로 그 존재감을 확인케 했던 공간. 내가 그곳을 즐겨 찾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친구들의 아이를 보기 위함도 있었다만, 그보다는 친구들의 글 솜씨가 아이가 커감과 동시에 나날이 특출해지는 걸 확인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동영상보다는 사진이야, 결심한지 오래라지만 어째, 애가 없는걸.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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