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근질근질했던 등산애호가들이 다시 산으로 향하는 계절이 왔습니다. 산에 가면 이제 '인파'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등산객들이 몰리고 있지요.
등산시즌이 반가운 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두 군데 업계가 유독 반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데 하나는 아웃도어 의류업체들이고, 다른 하나는 막걸리 회사들입니다.
아웃도어 의류는 가격거품 논란 속에서도 매출이 급신장 중입니다. 2007년 1조4,000억원이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무려 4조원으로 늘었습니다.
막걸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산 정상에 올라 한 사발로 목을 축인다고 해서 '정상주', 등산을 끝내고 지인들과 한 잔 마신다고 해서 '하산주'까지, 별의별 명칭이 다 생겨날 정도로 등산과 막걸리는 가까운 술입니다.
2~3년 전 거세게 불었던 막걸리 열풍이 잠시 주춤해지면서, 막걸리 업체들은 요즘 등산객 쪽에 온갖 정성을 다 쏟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캔 막걸리이지요. 사실 기존 페트병 막걸리는 이동 중 내용물이 새어나올 수도 있어 휴대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등산객들에겐 캔 막걸리가 훨씬 편리할 겁니다.
국순당은 등산객 증가 속 캔 막걸리 수요가 늘자 지난해 3월 상온보관이 가능하고 유통기한을 1년으로 늘린 리뉴얼 제품 '우리 쌀로 빚은 쌀 막걸리'를 선보였습니다. 탄산을 가미해 청량감 또한 높였죠. 그러자 다른 막걸리 업체들도 앞다퉈 캔 막걸리를 출시하게 됐습니다.
공격적인 마케팅도 벌였습니다. 배상면주가는 지난 2010년 8월 도봉산 인근에 양조장인 '느린마을 양조장'을 열어 등산객 상대 판매 및 홍보에 나섰습니다. 국순당 역시 지난해 9월 도봉산 입구에 전통주 전문주점 '우리술상'을 차려 올 3월에만 20만 캔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젠 막걸리와 아웃도어의류가 동반자적인 제휴마케팅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코오롱은 지난 2010년 국순당과 전국 매장에서 막걸리 시음행사를 벌여 등산객들의 발길을 끌었는데요. 일부 막걸리 회사들은 매년 봄 각 등산동호회에서 개최하는 '시산제'마다 막걸리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언뜻 봐선 막걸리와 아웃도어는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지만 등산이란 공동분모를 통해 즐거운 공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게 바로 시장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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