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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의혹/ 고리원전 1호기 '제3의 비상 발전기' 안돌렸나 못돌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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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의혹/ 고리원전 1호기 '제3의 비상 발전기' 안돌렸나 못돌렸나

입력
2012.03.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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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자력발전소에는 정전이 됐을 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자체 발전기가 3대 있다. 2대는 비상디젤발전기(A, B)이고, 1대는 수동으로 작동하는 대체교류디젤발전기(AAC)이다. 정전사고가 났고 한달 간 이 사실을 숨겼던 고리원전 1호기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9일 정전이 벌어졌을 때 비상디젤발전기A는 정비 때문에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비상디젤발전기B 마저 공기공급밸브에 이물질이 들어가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결국 12분간 전력공급이 완전히 끊기는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던 것이다.

이처럼 비상디젤발전기 2대가 모두 쓸 수 없는 '비상중의 비상상태'가 됐을 때 쓰라고 만들어놓은 것이 바로 AAC. 하지만 원전 직원들은 AAC 가동을 시도하지 않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우리나라 원전당국이 "국내 원전에는 일본에 없는 비상전원이 추가로 있다"고 자랑하던 발전기가 바로 이 AAC인데, 결과적으로 이번 고리원전 1호기 사고에선 무용지물이 됐던 것이다. 원전 직원들은 과연 AAC 가동을 안 한 것일까, 못한 것일까.

고리원전 측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AAC 가동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리1호기의 한 관계자는 "매뉴얼 상에 비상디젤발전기 2대가 모두 작동 안 된다고 무조건 AAC를 쓰도록 돼 있진 않다. 당시 현장 직원들은 AAC를 돌리는 것 보다 외부전원을 복구시키는 게 더 용이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AC는 수동으로 가동하기 때문에 전력공급까지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결과적으로 외부전원을 끌어오는데 12분이 걸렸지만, 당시 현장 직원들은 10분 내 해결이 가능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자력 전문가들은 너무나도 안이한 대처라고 지적한다. 외부전원 공급이 언제 재개될지도 모르는데, AAC를 쓰지 않은 건 잘못된 대응이라는 것이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AAC도 작동시키면서 동시에 외부전원을 복구했다면 훨씬 더 안전하고 빨리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AAC마저 고장이 나 있었던 게 아니냐" "AAC 작동방법 자체를 직원들이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물론 AAC가 고장 났었다는 증거는 없지만, 안전했다는 증거 역시 없다. 정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국내 원전안전점검 결과보고서'에도 AAC에 대한 점검내용은 전무했다. 고리1호기 사고원인을 조사 중인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AAC가 고리1호기에 2006년 설치되다 보니 현재는 괜찮은 상태로 보이지만 정확한 분석을 위해선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예 AAC 작동법을 몰랐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원전전문가는 "비상디젤발전기조차 1년에 한 두 번도 안 쓰는 경우가 많다. AAC는 아예 다뤄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AAC 가동은 아예 엄두도 못 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고가 난 시점엔 현장에 60여명만이 근무하고 있어, AAC를 시도할 만한 인력이 없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또 다른 원전 전문가는 "최후보루이자 우리나라 원전만의 안전장치라고 자랑하던 AAC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건 안 했든 못했든 큰 실수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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