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무릅쓰고 탈북을 감행한 이유가 뭔가요?"
15일 오후 6시30분 이화여대 근처의 한식당. 파란 눈과 금발의 미국 하버드대생 로스 포드(24)씨가 얼굴을 마주한 탈북자 A(31)씨에게 질문했다. 동석한 같은 대학 신시아 위(20), 코트니 그로간(21)씨도 A씨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18세때인 1999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A씨는 "그저 더 나은 삶을 원했을 뿐"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버드대생들이 "너무 어린 나이라 믿기지 않는다"고 하자, A씨는 "누구라도 그 나라에 살았다면 (먹고 살기 어려워) 다 그렇게 했을 것"이라면서 웃었다.
하버드대생 14명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만났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가 뜨거운 이슈인 탓에 의미를 더했다.
이들의 만남은 이화여대와 하버드대의 학술ㆍ문화 교류 프로그램'이화-하버드 HCAP'가 계기가 됐다. 하버드대는 2005년부터 아시아 주요 6개 나라 대학을 선정, 매년 1월(하버드대)과 3월(아시아 각 대학) 번갈아가며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세미나ㆍ체험학습 등을 실시하고 있다. 2007년엔 이화여대가 선정돼 이듬해부터 '이화-하버드 HCAP'를 운영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남북 분단과 탈북자 문제 등에 대한 하버드대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탈북자 4명을 섭외, 이날 대화의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하버드생들은 B(29)씨의 사연에 잠시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10대에 처음 탈북한 B씨는 "동생을 데리고 나오기 위해 고향에 다시 들어갔는데 (동생은)다른 친척집에 보내져 재탈북했다"며 "중국에서 공안에 붙잡혀 수용소 생활을 하다 다시 탈출했는데, 동생의 생사는 아직도 모른다"며 울먹였다. 이 사연을 들은 위씨는 "가족의 자유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재입북하는 헌신적 모습에 감명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 출신 아버지를 둔 그는"미국에서는 잘 몰랐던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를 알게 돼 돌아가면 아버지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간씨는 "탈북자들의 북한 인권 개선 서명운동에 한국인 보다 미국인이 더 많이 동참한 것을 새로 알게 됐다"며 "우리 세대가 탈북자를 도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북한 식량난과 기아에 대한 중국의 정책, 탈북자 급증 문제 등을 분석한 논문도 써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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