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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시리아의 봄'이 오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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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시리아의 봄'이 오지 않는 이유

입력
2012.03.1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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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광주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다. 광주시민이 그 해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계엄령 철폐와 전두환 퇴진 등을 요구하며 전개한 이 민주화 운동은, 그러나 계엄군의 무자비한 학살로 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면서 끝이 났다. 30년 이상 시간이 흐르면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사회적 기억이나 추모가 서서히 약해지고 있지만, 제 나라 국민이 제 나라 군인에 의해 스러졌다는 점에서는 잊어서는 안되는 비극적 사건이다.

지금 중동의 시리아에서 32년 전 광주를 연상시키는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지난해 3월 15일 남부 소도시 다라에서 민주화 시위가 시작됐으니 벌써 1년이나 됐다.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으로 여러 나라에서 독재자가 물러났지만 시리아만은 정부가 국민을 살해하는 반대의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희생자가 이미 8,000명을 넘었다고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양민이 학살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죽지 않기 위해 터키로, 요르단으로, 레바논으로 피난한 난민이 20만명을 넘는다.

지난 1년 동안 시리아 정부가 보인 대응은 치가 떨릴 정도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반정부 세력의 거점 홈스의 바바 아므르 구역에서 정부군이 집안을 뒤져 열두살 이상 남자를 모조리 끌고가 학살했는데 가령 손을 뒤로 묶게 하고 땅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군홧발로 몸을 밟아 꼼짝하지 못하게 하고 목을 자르는 식이다. 저격수들은 눈에 들어오는 사람을 표적살해하고, 움직이기만 하면 반군이든 민간인이든 가리지 않고 총을 쏘았다. 천진한 어린 아이도 가차 없이 죽였다. 학살도 이런 학살이 없고 생지옥도 이런 생지옥이 없다.

국민을 향해 거리낌 없이 총을 쏘는 정권이라면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악마적 본성을 강제적으로라도 제어해야 하는데 국제사회는 그럴 생각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자신들의 이해 때문이다.

서방국가에게 시리아는 매력 있는 나라가 아니다. 지난해 서방국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리비아와 달리 시리아에는 석유가 많지 않다. 석유 없는 중동 국가에,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뛰어들 이유가 없다. 지난해 리비아 전황이 정리된 뒤 영국, 프랑스 등이 앞다퉈 리비아로 달려간 것은 바로 석유를 얻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리언 패테타 미국 국방장관이 "시리아 국민을 보호하고 폭력사태를 끝내며 역내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다기보다 립서비스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결의를 무산시킨 것에서 알 수 있듯 시리아의 변화를 원치 않는다. 시리아의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는 시리아에 해군기지를 두고 있으며 중국 역시 최근 중동지역에 많은 이권이 걸려 있다. 이런 나라들이 시리아 권력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원할 리 없다. 러시아와 중국의 완강한 태도를 알고 있는 서방국가가 두 나라와의 대립 가능성을 무릅쓰고 시리아에 뛰어들 이유 또한 없다.

시리아의 급격한 변화는 중동 전체의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 역시 국제사회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아랍의 봄 이후 중동의 맹주로 떠오르는 터키와, 같은 반미국가에 종교적 연대감이 남다른 이란이 시리아의 권력이 바뀔 경우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이렇듯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때문에 팔짱을 끼고 있는 사이에 오늘도 시리아에서는 수십명, 수백명이 죽어나가고 있다. 1992~1995년 일어난 보스니아 내전과 인종청소를 연상시키는 이 사건을 21세기의 강대국, 문명국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방관하는 것에서 이른바 국제사회의 무능과 한계와 냉혹함을 보게 된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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