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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나의 사람, 당신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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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나의 사람, 당신의 사람

입력
2012.03.1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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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구나 싶게 따뜻했던 지난 토요일, 뵈어야 할 선생님과 봐야 할 전시가 있어 파주 헤이리를 찾았다. 옷장 앞에서 뭘 입어야 하나 고심하는 내가 있다면 그게 바로 변화하는 계절의 문턱이라는 증거일 터, 벗으면 되는 여름과 껴입으면 되는 겨울과는 다른 애매함 속에 봄과 가을의 패션은 다양함으로 진화해 온 것이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역시나 파주로 밀려드는 차량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예상대로 언밸런스한 옷차림으로 치장한 사람들 여기저기 걷고 뛰고 둘러보며 사진들 찍어대느라 정신없는 듯했다. 연인들은 커피숍을, 유모차 일색인 가족 단위들은 각종 박물관을 시끌벅적 점령한 가운데 나는 사진작가 민병헌 선생님과 그의 누드 연작 앞에서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참 신기하지, 우리들 누구나 이렇게 생겨먹은 몸인데 왜 이렇게 생겨먹은 몸이라 찍어 보일 때 다들 처음인 양 수줍어할까. 그게 아마도 예술의 힘일진대, 그러고 둘러보니 한 사람 한 사람 그 사람이라는 물성이 제각각의 다름으로 다가왔다.

곁에 있는 사람으로 인한 괴로움과 곁에 없는 사람으로 인한 그리움의 무게를 놓고 쟀을 때 균형을 이룬 양팔저울의 팽팽함으로 오늘에 지친 우리들, 내일을 희망으로 살 수 있는 거겠지. 사뭇 다른 발걸음으로 헤이리를 빠져나가는데 저만치 세계 최대의 오리집 간판이 보인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남의 살 먹어야 유지되는 내 살인 걸.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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